캘리포니아 아닙니다…노마드족 성지된 中 '다리포니아' 어디
"미국 서부에 캘리포니아 주(州)가 있다면, 중국 남서부에는 '다리포니아(Dalifornia)'가 있지요. 이글스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를 여기에선 이렇게 바꿔 불러요. '호텔 다리포니아'라고요."
2020년부터 '다리포니아'로 이사와 살고 있는 존 왕(40)의 말이다. 그는 중국 선전에서 운영하던 정보기술(IT)업체를 접고 이곳을 택했다. 다리포니아란 중국 윈난(雲南) 성에 위치한 인구 77만4000명의 다리(大理)를 부르는 별칭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다리가 중국 스타트업 종사자 등이 선호하는 원격 근무지와 '한 달 살이'의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5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서 원격 근무가 보편화하자 업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족'이 하나둘 다리를 찾기 시작했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대기 오염과 소음에서 해방돼 자연을 즐기며 일하려는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강원도 양양 등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여가엔 서핑 등을 즐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리가 캘리포니아에 비견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실리콘밸리가 IT 업계 종사자의 천국인 것처럼 다리포니아에 몰려든 청년 상당수가 IT업계 종사자여서다. 1년 내내 날씨가 따뜻한 점도 닮았다.
디지털 노마드 족이 몰리면서 다리에는 암호 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업체 종사자들을 위한 지역 커뮤니티도 여러 곳 생겼다고 한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선 '디지털 노마드' 검색 횟수가 이전보다 650% 증가할 정도로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원격 근무 수요 이외에도 '한 달 살기' 체험이나 관광 등으로 다리는 북새통이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올해 설(춘제) 연휴 동안 다리를 찾은 방문객은 424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9% 증가했다. 같은 기준 관광 수입은 162% 증가한 31억6500만 위안(약 5921억원)을 기록했다. 면적이 249㎢에 달해 한국 전주시 면적(206㎢)보다 큰 호수 얼하이(洱海) 등엔 인생 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특히 올 1월 선보인 뒤 조회 수가 수십 억 회를 넘긴 드라마 '너 자신을 만나(Meet yourself)'의 무대가 다리였던 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드라마는 베이징에서 번 아웃을 겪은 커리어우먼이 다리로 이사한 뒤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다리에 온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에서 지난해 말 코로나19 조치가 전격 완화된 뒤 아예 다리에서 자리를 잡고 살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리의 부동산 중개업자 장스젠은 LA타임스에 "코로나19 조치가 완화된 뒤 집을 빌리거나 사려는 문의가 평소의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다리는 몽골 제국의 지배 전까지는 독립된 왕국(대리국, 937년~1254년)의 수도이기도 했다.
서유진(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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