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경제관료' 강경식 "펀더멘털 괜찮다? 다시 들여다봐라"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5/24/75a19079-7ae6-4968-8895-4dcc44f28c45.jpg)
그는 역대 정부가 “펀더멘털은 괜찮다” 같은 레토릭(수사)을 반복하는 상황을 두고 ‘재정 중독’을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전 부총리는 “펀더멘털의 기본은 재정”이라며 “최근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소득주도성장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거치며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무너졌다.(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비율 49.6%). 그런데도 펀더멘털이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단 나랏빚을 내기 시작하면 ‘국가채무 비율 20%는 괜찮고, 30%는 안 된다’는 식으로 선을 긋기 어렵다. 적자 예산 편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편성은 불만의 공평 분배”란 평소 소신도 드러냈다. 모자라는 예산을 쪼개 쓰려면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하는데 불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기획원(EPB) 예산국장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을 때다. 예산안 보고를 마쳤는데 법무부 장관이 ‘교도관 수당 예산을 늘려달라’고 그에게 요구했다. 단박에 ‘안 된다. 교도관 수당을 올리면 경찰관, 소방관에 나중엔 등대지기 수당까지 올려줘야 한다’며 거절했다. 그는 "최근 당의 힘이 세졌다지만, 나라 곳간 지기(경제 관료)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예산 요구에 안면 몰수하고 ‘노(No)’ 할 수 있는 스피릿(기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5/24/b00fd7d8-4fa1-4683-afb2-3dfc86b2c0c7.jpg)
물가 잡기 말고도 2010년 쓴 책『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래 먹을거리 찾는 일, 경기 부양책, 재정으로 일자리 창출하는 것 3가지는 국가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장래 먹을거리는 기업이 더 잘 찾는다. 정부는 기업이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규제를 풀어주면 된다”며 “억지 경기 부양은 뒷북치기 십상이고 재정을 들여 만든 일자리 대책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저출산 대책 등 산적한 장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 경제기획원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견된 단기 과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장기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그는 “경제기획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목표를 다듬는 부처였는데 지금 경제부처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몰됐다”며 “경제 관료라면 인기는 없지만, 꼭 필요해 누군가 해야만 하는 장기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년대 재무부 장관 시절 간부 회의를 주재하는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뒷줄 가운데). 중앙DB.](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5/24/c266b5b8-a9f3-4390-b68a-818405ae4659.jpg)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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