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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해서 한·미·일·호 훈련…'핵 질서 위협' 北 정면으로 겨눈다

한국이 오는 30일부터 나흘간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회의를 처음으로 열고, 31일엔 한ㆍ미ㆍ일을 비롯한 다국적 함정이 참여하는 해양차단훈련인 ‘이스턴 엔데버 23’를 주관한다. PSI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선박 간 불법 환적을 막기 위한 협의체로 외교부는 "강력한 대북 억제 메시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2010년 10월 한국 주관으로 10월 13~14일 부산 앞바다에서 개최됐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훈련. 왼쪽부터 미국의 9000t급 이지스함,4500t급 한국형 구축함 (KDX-Ⅱ) 2척,일본 자위대의 4000t급 구축함 2척이 부두에 정박한 모습. 이채민 기자.
"대북 억제 메시지 발신"
외교부는 24일 PSI 고위급회의와 이스턴 엔데버23 개최 사실을 알리며 "북한의 유엔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국제 비확산 체제 강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그간 PSI의 발전을 평가하고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와 훈련의 주요 의의로 ▶ 강력한 대북 억제 메시지 발신 ▶역내 반(反) 확산 협력 강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가치 외교 부각 ▶한국의 선진적인 반확산 역량 강조 등을 꼽았다.


특히 대북 메시지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 PSI가 특정국을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북핵・미사일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표적 비확산 관련 과제"라며 "정부는 PSI가 북한의 핵 확산 활동 저지를 위해 매우 유용한 국제 협력의 수단임을 부각하고 PSI 참여국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09년 한국의 PSI 가입에 대해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에도 한국이 관련 훈련과 회의를 주관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지난해 3월 정부가 이번 고위급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이례적으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 지난해엔 어쩐 일인지 반응이 없었지만 실제 회의 개최 후에는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G7 정상회의 초청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환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ㆍ미 정상 공동 메시지
70여개국 대표단이 참여하는 고위급회의 개회 첫날인 오는 30일엔 공동성명이 채택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PSI가 그간 효과적으로 잘 작동해 왔다고 평가하는 한편, 현재 직면하고 있는 확산 위협에 대해 진단하고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같은 날 PSI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주제로 한 3개의 토의 세션이 열린다. 개회식에선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의 개회사와 한ㆍ미 정상의 환영 메시지가 발표된다. PSI를 주도하는 미국은 고위급 회의 때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회의 주최국 정상까지 메시지를 내는 건 이례적이라고 한다.


고위급 회의를 계기로 한국 해군 주관으로 31일로 예정된 다국간 해양차단훈련은 한국, 미국·일본·호주의 함정 7척, 항공기 6대. 승선검색 6개팀 등이 참가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구축함인 하마기리함(DD-155)이 29일 부산에 입항한다. 일본은 2010년과 2012년 한국 주관의 해양차단훈련에 참가했다.

WMD를 적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차단과 승선 검색 과정에 대한 훈련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훈련의 이름은 전례에 따라 ‘이스턴 엔데버(Eastern Endeavor) 23’로 결정됐다. PSI 관련 훈련은 한국이 주관할 때는 '이스턴 엔데버'로 미국이 주관할 때는 '포춘 가드'(Fortune Guard)로 불린다. 지난해 8월엔 미군 주관으로 ‘포춘 가드 22’가 하와이 일대에서 실시됐다.

이스턴 엔데버 23의 훈련 지휘는 한국 해군의 제7기동전대장인 김인호 준장이 맡고, 다국적 협조본부가 해군의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LPH-6112)에 차려진다. 훈련이 끝나면 마라도함이 참가 4개국의 함정을 해상사열할 계획이다. 국군 화생방사령부의 특임대가 의심 위험물질을 제독하는 과정에 훈련 내용에 포함됐다.

한국은 앞서 2010년과 2012년, 2019년 등 세 차례 훈련을 주관했는데, 2019년은 해상차단훈련 없이 도상 연습만 실시했다. 당시 남북 관계를 고려해 훈련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훈련 내용은 주관국 판단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0년 10월 한국 주관으로 부산 앞바다에서 개최됐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훈련. 왼쪽부터 미국의 9000t급 이지스함,4500t급 한국형 구축함 (KDX-Ⅱ) 2척,일본 자위대의 4000t급 구축함 2척이 12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 부두에 정박한 모습. 이채민 기자.
106개국으로 확대된 PSI
PSI는 WMD 불법 확산 방지를 위해 2003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협력체제로 현재 10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고위급회의는 매 5년마다 열리는데, 미국(5주년), 폴란드(10주년), 프랑스(15주년)에 이어 20주년 회의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이 개최하게 됐다.


PSI의 성공적인 차단 사례는 2003년 10월 리비아로 원심분리기를 운송하던 독일 선적 BBC 차이나호를 차단한 사건 등이 꼽힌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력, 독일의 자진 회항 설득, 이탈리아의 세관 검색 등 국제 공조를 통해 'WMD 물자 확산 방지'라는 PSI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한 사례"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국제법적 정당성 논란도
다만 PSI는 참여국의 영해에서 WMD 적재 의혹 선박에 대한 검색은 물론 화물 압류까지 제시하고 있어 '무해통항권'을 침해한다는 지적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미국은 PSI의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례로 2004년 비정부 조직·단체의 WMD 획득을 불법화한 유엔 안보리 결의문 제1540호가 채택됐고 2005년에는 해상운송불법행위 억제 협약(SUA)을 선박의 WMD 수송 금지 등을 추가해 개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PSI는 그간 국제규범적 정당성을 상당히 공고히 해왔고 비확산 체계의 핵심 매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경우 PSI에 참여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다만 그간 아태지역 순환훈련에 옵서버 자격으로 부정기적으로 참관하는 등 일부 PSI 활동에 참여해왔다. 정부는 이번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면서 중국에게도 사전에 계획을 알렸지만, 중국은 올해 초 최종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현주.이근평(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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