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해서 한·미·일·호 훈련…'핵 질서 위협' 北 정면으로 겨눈다
한국이 오는 30일부터 나흘간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회의를 처음으로 열고, 31일엔 한ㆍ미ㆍ일을 비롯한 다국적 함정이 참여하는 해양차단훈련인 ‘이스턴 엔데버 23’를 주관한다. PSI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선박 간 불법 환적을 막기 위한 협의체로 외교부는 "강력한 대북 억제 메시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북 억제 메시지 발신"
특히 대북 메시지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 PSI가 특정국을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북핵・미사일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표적 비확산 관련 과제"라며 "정부는 PSI가 북한의 핵 확산 활동 저지를 위해 매우 유용한 국제 협력의 수단임을 부각하고 PSI 참여국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09년 한국의 PSI 가입에 대해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에도 한국이 관련 훈련과 회의를 주관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지난해 3월 정부가 이번 고위급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이례적으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 지난해엔 어쩐 일인지 반응이 없었지만 실제 회의 개최 후에는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ㆍ미 정상 공동 메시지
또한 같은 날 PSI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주제로 한 3개의 토의 세션이 열린다. 개회식에선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의 개회사와 한ㆍ미 정상의 환영 메시지가 발표된다. PSI를 주도하는 미국은 고위급 회의 때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회의 주최국 정상까지 메시지를 내는 건 이례적이라고 한다.
고위급 회의를 계기로 한국 해군 주관으로 31일로 예정된 다국간 해양차단훈련은 한국, 미국·일본·호주의 함정 7척, 항공기 6대. 승선검색 6개팀 등이 참가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구축함인 하마기리함(DD-155)이 29일 부산에 입항한다. 일본은 2010년과 2012년 한국 주관의 해양차단훈련에 참가했다.
WMD를 적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차단과 승선 검색 과정에 대한 훈련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훈련의 이름은 전례에 따라 ‘이스턴 엔데버(Eastern Endeavor) 23’로 결정됐다. PSI 관련 훈련은 한국이 주관할 때는 '이스턴 엔데버'로 미국이 주관할 때는 '포춘 가드'(Fortune Guard)로 불린다. 지난해 8월엔 미군 주관으로 ‘포춘 가드 22’가 하와이 일대에서 실시됐다.
이스턴 엔데버 23의 훈련 지휘는 한국 해군의 제7기동전대장인 김인호 준장이 맡고, 다국적 협조본부가 해군의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LPH-6112)에 차려진다. 훈련이 끝나면 마라도함이 참가 4개국의 함정을 해상사열할 계획이다. 국군 화생방사령부의 특임대가 의심 위험물질을 제독하는 과정에 훈련 내용에 포함됐다.
한국은 앞서 2010년과 2012년, 2019년 등 세 차례 훈련을 주관했는데, 2019년은 해상차단훈련 없이 도상 연습만 실시했다. 당시 남북 관계를 고려해 훈련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훈련 내용은 주관국 판단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6개국으로 확대된 PSI
PSI의 성공적인 차단 사례는 2003년 10월 리비아로 원심분리기를 운송하던 독일 선적 BBC 차이나호를 차단한 사건 등이 꼽힌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력, 독일의 자진 회항 설득, 이탈리아의 세관 검색 등 국제 공조를 통해 'WMD 물자 확산 방지'라는 PSI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한 사례"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국제법적 정당성 논란도
외교부 당국자는 "PSI는 그간 국제규범적 정당성을 상당히 공고히 해왔고 비확산 체계의 핵심 매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경우 PSI에 참여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다만 그간 아태지역 순환훈련에 옵서버 자격으로 부정기적으로 참관하는 등 일부 PSI 활동에 참여해왔다. 정부는 이번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면서 중국에게도 사전에 계획을 알렸지만, 중국은 올해 초 최종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현주.이근평(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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