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내 고객" 국내 최고령 97세 보험설계사의 영업비밀
경남 마산에서 롯데손해보험 전속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김성길(97)씨는 매일 이런 다짐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김씨는 1979년 롯데손보의 전신인 대한화재 동마산 영업소장으로 입사해 45년째 영업 현장을 누비는 이른바 ‘워킹 시니어’다. 국내 최고령 보험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다. 회사로 출근하거나 고객을 만날 땐 양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가까운 거리는 최대한 걷기 위해서다. 김씨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처럼 밥이 보약”이라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제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1926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마산 토박이’다. 1945년 학교 졸업 후 세무 공무원, 유원산업(구 동양주류 주식회사) 경리과에서 근무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보험업에 발을 들였다. 김씨는 “예전에는 보험을 판다고 하면 선입견 때문에 무시하거나 동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불쌍하다’며 돈 몇장 쥐여주고 다시 오지 말라고 했을 땐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한번 신뢰가 쌓인 고객은 놓치는 법이 없었다. 김씨는 “보험업을 오래 하다 보니 3대에 걸쳐 보험을 들어주는 경우도 생긴다”며 “젊을 때 만난 고객과 함께 늙어가고, 그 고객의 자녀가 장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1세에 ‘마산 대표팀’으로 선발돼 각종 전국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1호 야구인’이기도 하다. 당시 야구대회 ‘도시대항전’이 있었는데 최초로 출전한 야구인들이 모두 작고하고 혼자 남았다. 선수 은퇴 후인 1960년대 중반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학국민학교 야구부 감독을 맡아 10년 가까이 무보수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84~1985년 경남야구협회장을 맡았고, 1986년엔 육순 잔치를 마산야구장에서 하기도 했다. 김씨는 “선수 시절엔 100m를 12초대에 뛰었다”며 “야구로 다진 체력이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가족들은 ‘이제 좀 쉬라’고 만류하지만,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며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에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찾기 바란다”고 했다.
김경희(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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