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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모아 손주 등록금 줘요"…70 넘어도 일하는 '워킹 시니어'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양주시 한 아파트에서 3년차 경비원으로 일하는 유기성(75)씨는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고 있다. 경비원으로 일하기 전까지는 셔틀버스 운전사, 초등학교 지킴이 등으로 일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생 손주들 등록금을 200만원씩 보태줬다. 그는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자식과 손주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다”며 “일이 힘든 줄도 모르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80세 넘어서까지 일을 하자는 게 유씨의 목표다.

고희(古稀·70세)를 넘은 고령에도 일자리를 갖는 이른바 ‘워킹 시니어’(Working Senior)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만 70세 이상 취업자는 18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70세 이상 취업자를 따로 분류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지난해 10월과 함께 역대 최대치다. 2018년 4월보다는 63만6000명, 지난해 4월보다는 14만6000명이 늘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월 3.3%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6.6%를 기록했다. 취업자 15명 중 한명꼴이다.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30‧40대 취업 사정이 부진한 것과 대비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인구 구조 변화와 늘어난 취업 수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베이비붐(1955~1963년대생) 세대가 은퇴 인구로 진입하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5.7%로 2012년 말(16.1%)에 비해 9.6%포인트 올랐다. 60세 이상 인구가 많아지면서 워킹 시니어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70세 이상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노후 소득이 부족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만든 재정 일자리에 고령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한 예다.

여기에 의학 발전으로 건강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의 취업 수요 또한 늘었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인들이 일을 계속하려는 추세”라며 “생계비를 벌려고 일한다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전문성과 숙련도를 발휘해 사회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비경제적 동기도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고령화 추이를 고려해 일자리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층이 자연스럽게 생산 가능 인구로 유입할 수 있게 민간 주도로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곧 70대에 진입할 베이비붐 세대 ‘욜드(YOLD·young old)’는 평균적으로 과거의 70대보다 학력이 높고, 정보기술(IT) 능력과 직업적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많다.

최종상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취업지원센터장은 “노인 세대가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어야 노후가 보장되고, 국가의 부담도 줄어든다”며 “고령층 채용을 늘린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원(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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