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 현실로…광수대 잡혀간 '엄홍식' 결국 구속 기로
경찰이 19일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씨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월 인천공항에 입국한 유씨의 신체를 압수수색하며 수사가 본격화된 지 104일 만이다.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수사기관과 피의자 간 다툼의 ‘첫번째 승부처’로 평가 받는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수사도 탄력을 받은 상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수사를 지켜본 한 경찰 관계자는 “유씨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베테랑’에서 우여곡절 끝에 마약 투약 등등으로 서울청 광역수사대(광역수사단의 전신)에 붙잡히는 재벌 역할을 맡았는데, 현실에서도 같은 수사대와 긴 공방 끝에 구속 기로에 서게 됐다”고 했다. 승부처를 앞둔 광수단의 수사 과정을 처음부터 되짚어 봤다.
시작은 프로포폴…“유아인 아닌 엄홍식 잡았다”
경찰 조사 직후 제주도 광고 촬영
유씨는 이튿날인 6일 오전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후엔 제주도 사려니숲길로 이동해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 촬영을 강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의 ‘손절’이 시작됐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당시엔 경찰 수사를 받는지 몰랐고, 현재 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씨가 광고 모델을 맡은 브랜드는 약 10곳이다. 넷플릭스도 유아인의 차기작 ‘승부’와 ‘종말의 바보’ 공개를 연기한 상태다.
코카인·케타민까지…마약류 5종 의혹
유씨 수사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다른 범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씨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해준 서울 강남·용산 일대의 병·의원과 의료진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남 소재 의사 신모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13일 경찰의 병원 압수수색 당시 ‘셀프 프로포폴 투약’을 하다가 적발됐다. 또 유씨 수사 과정에서 미대 출신의 작가, 미국 국적의 남성, 유튜버 등 유씨의 지인들도 피의자로 전환됐다.
‘대검 마약통’ 변호사 선임
‘비공개 소환’ 두고 경찰과 신경전
그러나 2차 조사에서도 신경전은 반복됐다. 5월 11일, 유씨는 서울청 광수단 앞까지 왔다가 “기자들이 많아 출석을 못하겠다”며 돌아갔다. 태도 논란이 확산하자 변호인 측은 “엄홍식 씨는 조사에 임하고자 했다. 변호인이 비공개 소환 원칙에 맞게 다른 경로의 출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이에 경찰은 15일 국가수사본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속 소환을 거부할 경우 체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결국 16일 2차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쯤 청사로 들어간 유씨는 21시간 여만인 다음날 오전 6시 3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마는 지인이 건네 피웠다고 진술했고, 프로포폴·케타민·졸피뎀은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했으며 코카인은 투약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경찰은 구속영장을 받아 유씨 신병을 확보한 뒤 남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정민(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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