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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쉬어감이 어떠리’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일도 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조선 중기 명기였던 황진이의 유명한 시조다. 시조에 쓰인 ‘명월’ 은 황진이 자신의 기명(妓名)이다. 당시 출세가도를 달리는 선비였던 벽계수에게 출세를 위해 귀한 청춘을 다 보내지 말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라는 충고를 담은 내용이다.  
 
벽계수, 즉 ‘흐르는 푸른물’ 이 서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는 아름다운 산속의 벽계수로 되돌아 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지나간 청춘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그러니 잠간 시간을 내어서 산속에 가득찬 보름달 (명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흐르는 물처럼, 여유를 즐기라는 권고를 담은 것이다. 시조를 통해서 한번 사귀어 보자는 황진이의 유혹에, 벽계수가 호응을 해서 둘이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요즘 뉴스를 보면 이 시조에 담긴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출세에만 온 정신이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벌써 언론에는 대통령 선거에 누가 나서고 연방 상·하원과 각 주의 지방선거에 누가 출마하고, 누구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말 세월은 정신 없이 흐르는 물처럼  ‘수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이미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있고, 곧 출마 발표를 할 인사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막강한 파워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골치 아픈 이슈들이 계속 생기고, 정적들로 부터는 끊임없는 비판과 공격을 받게 되니 아마도 마음 편한 날이 많지 않을 지도 모른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높은 지위의 인사들에게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라는 황진이의 시조를 알려주고 싶다. 시조에 나온 ‘명월’을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여인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문자 그대로 초저녁 뒷동산에 둥실 떠오른 둥근달을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고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서민들이나 삶은 도전과 시련의 연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산에 둥실 떠 오른 둥근달의 아름다움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행복의 선물이다. 황진이의 시조처럼 얼키고 설킨 어려운 문제들과, 매일의 삶에서 부딪히는 골치아픈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둥근달의 아름다움을 보고 잠시라도 마음의 평화와 잔잔한 기쁨을 얻는 것은 어떨까.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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