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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영도자 김정은 만세" 민노총 간첩단, 北에 '충성맹세'했다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제주 'ㅎㄱㅎ', 창원 '자통'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뉴스1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아름찬 투쟁의 역사 조선노동당 만세!.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실현 투쟁 만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출신의 석모(52)씨 등이 북한에 이런 충성 맹세문을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가 19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석씨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을 지낸 김모(48)씨, 민주노총 산하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4)씨, 제주평화쉼터 대표 신모(51)씨 등 4명의 공소장엔 이들이 북한에서 받은 지령문과 보고문 등이 상세하게 적시됐다.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으로, 북한 문화교류국은‘본사’, 지하조직은 ‘지사’, 민주노총은 지하조직의 지도를 받는다는 의미로 ‘영업1부’로 부르는 등 활동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 제공 등) 혐의로 지난 10일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대를 이어 충성하자” 김정은에 충성맹세
공소장에 따르면 석씨는 2018년부터 북한 문화교류국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삼부자(三父子) 대한 충성맹세문과 사상학습 결과를 주기적으로 보고했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같은 해 12월 3일 이들에게 “새해와 1월 8일(김정은 생일)을 맞아 총회장님(김정은)께 드리는 축전을 15일 전까지 보내라”고 지시하는 등 주기적으로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공소장에는 이들이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북한에 전달한 5개의 충성맹세문 일부가 적시됐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조선반도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온 겨레 성원 모두가 우러르는 주체 혁명의 새 세상을 열어주시었습니다”(2018년 12월 9일)
“수령님과 장군님의 사상과 업적을 빛나게 계승하여 이남 사회에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위업을 빛나게 실현함으로써 이 땅 위에 꿈에도 그리던 조국 통일을 이룩하는데 한 몸 바쳐 투쟁할 것을 결의합니다”(2020년 9월 30일)
“백두에서 개척된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뇌부를 결사옹위로 정의롭고 아름찬 역사를 계승하고, 경애하는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대를 이어 바쳐가자”(2021년 1월 11일)
“김정은 동지의 손을 잡고 태양조선, 백두산 민족의 기백으로, 선군의 총열에 붉은 기 묶고, 앞세워, 억척같이 어깨 걸고 한발 한발 진군 또 진군해 나갈 것입니다.”(2022년 1월30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받들어 대를 이어 충성하자”(2022년 4월 4일)

‘생수병 마시는 동작’ 은밀하게 접선·활동했지만…
이들은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을 장악하려 시도하는 한편, 정권 퇴진 및 반미 등 주요 사회 이슈와 관련한 정치 투쟁을 주도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02차례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북한에 전달했다.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미행·감시 등을 피하기 위해 하부 조직원이 상부 조직원과 1대 1로 연락하는 ‘단선연계 원칙’을 적용해 비밀스럽게 활동했다.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락할 때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간첩 통신’으로 불리는 스테가노그래피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게시판, 유튜브 동영상에 은밀한 댓글 달기 등을 활용해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과 보고문을 주고받았다.
지난 10일 박광현 수원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서로를 ‘지사장’ ‘2·3팀장’ 등으로 부르고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할 때도 ‘계단에서 대기하다가 정각에 손에 들고 있는 생수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 등 약정 신호를 주고받고도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뒤를 따라가며 역 감시하면서 만나는 등 보안을 유지했다.

그러나 은밀한 접촉은 수사기관이 지난 1월 석씨가 근무하던 민노총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암호 해독키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검찰과 국정원, 경찰청은 이번 수사로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대북 보고문을 확보했다.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가장 많은 지령문·보고문이 확보된 사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최모란(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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