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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성장률·주가 서프라이즈…'내수'가 되레 경제 부활 이끌었다

장기 저성장 늪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부활의 날개를 다시 펴고 있다. 역설적으로 과거에는 약점으로 꼽혔던 내수 중심의 경제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에선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안 투자처로 일본이 떠오르고 있는 점도 경제 부활에 영향을 끼쳤다.

거품경제로 돌아간 주가, GDP도 서프라이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8일 일본 토픽스(TOPI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4% 오른 2157.85에 마감했다. TOPIX 지수는 도쿄증시 1부 종목을 모두 반영한 지수다.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직전인 1987년 5월 이후 최고 숫자다. 일본 니케이255지수도 전 거래일 보다 1.6% 오른 3만573.93에 마감하며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날 니케이255지수는 2021년 9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3만선을 넘어섰는데 이날 또 상승 마감했다.

주가뿐 아니다. 16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4% 증가하면서 3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원래 시장이 예상했던 0.2% 성장률을 상회한 ‘서프라이즈’ 수치였다.

내수 중심 일본 경제 ‘리오프닝’ 특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일본 경제 부활을 이끈 것은 가장 큰 요인은 내수 활성화다. 일본은 수출 중심인 한국과 달리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달한다. 민간투자까지 합치면 74%에 육박해, 내수 시장이 살아나는 게 전체 경제 성적표에서 중요하다.

실제 일본 정부가 발표한 1분기 GDP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가계 지출이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해 0.6% 증가했다. 기업 투자도 전 분기 대비 0.9% 늘어나면서 예상치를 상회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로 전 분기 대비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6분기 만에 처음 감소세(-4.2%)로 돌아섰지만, 내수 호조에 전체 GDP는 더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끊겼던 관광객 발길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점이 일본 국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2022년 2월 1만6000명에서 지난 3월 180만명으로 큰 폭 늘었다. 2019년 3월 관광객 규모의 약 66%까지 회복한 수치다. 특히 관광객 1명당 쓰는 소비도 현재 21만2000엔(약 206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지출액인 17만엔(약 165만원)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의 임금 인상 정책도 내수 살리기에 도움을 줬다. 실제 지난 8일 기준 일본의 춘계 노사협상에서 합의된 평균 임금 인상률은 3.67%다. 1993년(3.67%) 이후 가장 높다.

저금리에 주가 상승, ‘일학개미’까지 등장
글로벌 긴축 기조와 반대로 가는 일본의 초 완화적 통화 정책은 최근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됐다. 물가를 잡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동안 일본만 거의 유일하게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이 영향에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기업 이익도 개선됐다. 실제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일본 1308개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2%, 영업이익은 4.2% 늘었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선에 주주 수익률이 증가한 것도, 일본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일본 증시가 때아닌 호황을 맞으면서, 일본 주식을 사는 국내 투자자를 일컫는 ‘일학개미’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29억달러(약 3조8420억원)으로 미국 주식(55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 배제 기조에 대안으로 떠오른 日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에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김홍준 기자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일본 경제에 수혜가 됐다. 특히 미국이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면서, 그 대안 투자처로 일본이 떠올랐다. 한국 수출이 중국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오히려 일본은 ‘차이나 리스크’의 반대급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일본 히로시마에 최대 5000억엔(약 5조원)을 들여 차세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최근 대만 TSMC 지분을 모두 팔고 일본 5대 상사의 지분 보유를 7.4%로 높였다. 향후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대만 기업에서 일본 기업으로 갈아탔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없이 내수 호황 어려워”
다만 이런 일본 경제 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힘들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물가 상승세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이 초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어서다. 내수 호황도 하반기 본격적인 세계 경기 침체가 오면 반짝 특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도, 결국 수출이 늘지 않으면 내수도 지속해서 살아나기 힘들다”면서 “지금 같은 호황이 계속되려면 결국 주요 교역국인 중국이나 미국 경기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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