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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헌법 수록' 여야 모두 찬성…개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는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헌법학자 사이에서 헌법 전문은 ‘헌법의 헌법’으로 불린다. 헌법 본문뿐 아니라 모든 법령의 해석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가 있는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을지에 대해선 벌써 30년 넘게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5·18 정신 수록 문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진행된 9차 개헌 때부터 불거졌다. 당시 야당이던 통일민주당이 전문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빠졌다. 그러다 이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건 개헌 30년 만인 2017년 대선 때다. 국정농단 사건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인 만큼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를 자처한 문재인 후보는 ▶5·18정신 헌법 수록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 ▶5·18 민주화운동 추가 진상규명 등을 공약했다. 대선 1년 전인 2016년 총선 때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호남에서 ‘국민의당 돌풍’이 불었던 걸 고려한 호남 표심 다지기 측면도 있다는 게 당시 정치권의 해석이었다. 이념적으로 가장 대척점에 있던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5·18 정신 수록 문제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2018년 3월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문재인 관제개헌(안) 관련 긴급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실제 취임 이듬해인 2018년 3월 5·18 정신이 전문에 포함된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개정안에 포함된 ‘대통령 4년 연임제’ 등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내용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던 정의당도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그해 5월 개헌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고,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결국 개헌안 표결은 정족수 부족으로 아예 ‘투표불성립’이 됐고, 개헌 논의는 허무하게 끝났다. 다만 당시에도 5·18 정신을 전문에 넣는 문제에 대해선 여야 이견이 없었다.

그러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보수 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5·18 정신 헌법 수록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기 때문에 헌법이 개정될 때 당연히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예배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공약을 “표 얻으려 하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5·18 정신 계승과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었다.

그런 만큼 현재 여야는 보수·진보를 떠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개헌을 하게 된다면 5·18 정신은 전문에 무조건 수록되는 것”이라며 “이견의 여지가 없고, 여야가 협상해야 할 의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에는 야당을 중심으로 5·18 정신 수록을 위한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개헌 없이는 헌법 전문 수정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정치권이 모두 공감하지만 그 시기와 방법, 방향성을 놓고 늘 대립하기 때문에 개헌 문제는 가장 난해한 과제에 속한다. 실제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되기 직전에서야 국회에서 개헌을 제안해 실제 여야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비교적 빠른 임기 초에 개헌을 제안했지만 ▶토지공개념 ▶동일노동·동일임금 ▶검찰 영장청구조항 삭제 등 이념적 내용이 상당수 담겨 보수 진영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복잡한 문제는 빼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지킬 때가 됐다”며 “원 포인트 개헌을 내년 총선에 맞춰 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5·18 민주묘지 참배 후 “원 포인트든 대폭 개헌이든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진정성 있는 개헌안에 빨리 합의할 수 있다면, 그 개헌에 5·18 정신을 포함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7일 “그 사안만 가지고 원포인트 개헌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여러 가지 사안을 볼 필요가 있다”며 “개헌을 할 거라면 전체적으로 개헌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을 종합적으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꼭 수록하겠다는 방침”이라면서도 “내년 총선이 지난 뒤 분출하고 있는 개헌 요구 사항을 종합해 다같이 개헌을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다영(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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