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마른 땅에 물폭탄, 최악 홍수 불렀다…伊북부 수만명 대피
지난해부터 오랜 가뭄에 시달렸던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州)에서 17일(현지시간)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매우 건조해진 땅이 비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단전 사태로 주민 5만여명이 불편을 겪었고, 통신시설 마비로 10만여 명은 휴대전화조차 쓰지 못했다. 주도인 볼로냐와 라벤나 지역 주변에선 광범위한 침수로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볼로냐 인근 이몰라시(市)에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최고의 카레이스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를 취소했다.
앞서 이달 초에도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선 폭우와 홍수로 인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에밀리아-로마냐주의 면적(2만2124㎢)은 경상도(1만9030㎢)와 비슷한데, 이곳에 서울(948만명)의 절반 정도인 약 446만명이 살고 있다.
스테파노 보나치니 에밀리아-로마냐 주지사는 “우리는 전례 없는 재앙적인 사건에 직면했다”며 “땅이 더 이상의 빗물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고 했다. 넬로 무스메치 이탈리아 시민보호부 장관에 따르면 36시간 동안 평균 200~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는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연평균 강우량(1000㎜)의 절반에 해당한다. 일부 지역에선 계측기가 기록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 강우량을 측정할 수 없었다고 BBC는 전했다.
19일부터 사흘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긴급 지원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달 들어 폭풍 '미네르바'의 영향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면서 상황은 급격히 반전됐다.
이와 관련, 기상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 이달 들어 집중 호우가 쏟아진 게 막대한 피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토양이 오랫동안 건조한 상태에 있으면 굳어져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빗물이 지표면 위로 흐르면서 강이 범람하고 불어난 물에 도로와 건물 등이 잠겨버렸다는 얘기다.
크리스 포크스 BBC 기상예보관은 "이달 초부터 폭우가 내리면서 토양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비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많은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해 홍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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