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바다 맛집" 소문난 그 카페 가보니…주유소 '뚜껑'이었다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있는 HD현대오일뱅크 흑석동주유소에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엔 하굣길 초등학생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평범하던 주유소가 꼬마 손님의 ‘참새 방앗간’으로 변신한 건 2021년 3월이다. 부동산 투자회사 코람코에너지리츠가 SPC그룹과 손잡고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를 이곳에 입점시키면서다.
흑석동 현대오일뱅크처럼 다른 업종 간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이른바 ‘트랜스포머 주유소’가 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마진이 급감하자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선 결과다. 편의점이나 차량정비소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요즘은 지붕에 카페를 만들고, 패스트푸드점이나 제빵소도 입점시킨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SK에너지 커피향주유소는 서퍼들 사이에서 ‘바다 맛집’으로 불린다. 주유소 ‘뚜껑’에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입점시켜 높은 곳에서 바다를 전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에 있는 에쓰오일 빵집주유소엔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북카페 ‘홍철책빵’이 영업 중이다.
심지어 굴착기도 판매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관계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의 미니 굴착기 판매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굴착기 판매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이다. 회사 측은 “미니 굴착기는 농가나 전원주택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고객층이 보다 다양해 주유소 판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에선 가구 기업 이케아의 제품을 픽업하거나, 여행 짐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유소가 ‘소형 물류허브’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전국 31곳에서 운영 중인데, GS칼텍스는 소형 물류공간이 있어야 하는 기업에 ‘공유형 창고’를 제공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주유 시설을 줄이는 대신 다른 차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도 한다. 에쓰오일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전당앞주유소와 경기도 파주 운정드림주유소·충전소는 각각 포르쉐 전기차 전용 급속충전시설, 액화석유가스(LPG)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시설 하이브리드화’에 나섰다.
주유소 자체적으로도 수익성을 키우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를 낮추고, 세차·차량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21년 휴업에 들어갔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는 최근 다시 문을 열며 셀프주유소로 전환했다. 상주 직원은 하루 8시간당 1명씩, 3교대로 운영해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체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 비중이 2018년 말 28.4%에서 지난달 기준 48.9%까지 거의 두 배가 됐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접근성이 좋은 데다 대형 부지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형 차량까지도 진입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며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뼈를 깎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고석현(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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