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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 다음날…尹 "전 정부 방만 지출이 한전 부실 초래"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는 한전채(한전 채권)의 금융시장 교란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날 전기요금을 5.3% 올리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비판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정부 출범 2년 차 첫 국무회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국민이 나라의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욱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간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여러 이슈를 열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리 정부는 국가 재정 기조를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이 증가해 총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빚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5년간 서울 집값이 두 배로 폭등했고, 집 한 채 가진 사람은 10배 이상의 세금을 감당해야 했다. 반시장 정책은 대규모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며 “현 정부는 이념적,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을 두고서도 “이념적, 정치적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며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하지만,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노동 개혁의 출발이다. 조합비 사용 내역을 은폐하는 노조에 역대 처음으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를 했다”며 “세제 지원 배제 등의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고 법률 개정안도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하고, 세습 기득권 철폐를 위한 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연금 개혁은 최소 50년 이상 운용돼야 하는 체계인 만큼 하루, 이틀 안에 성급하게 다루기보다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그 골격과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이라고,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지식 주입형 교육에서 창의적인 문제해결형 교육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알고리즘 교육과 AI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회의 마무리 발언에선 참모들에게 거듭 속도감 있는 혁신과 변화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를 하는 이유도 정부를 교체하는 이유도 국민이 나라의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의 변화, 체인지 코리아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어떤 변화는 직접적 이익이 되고, 어떤 변화는 간접적 이익이 되고, 또 어떤 변화는 불편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봤을 때 ‘우리나라가 정상적으로 가고 있구나’ ‘발전할 수 있구나’ ‘미래세대는 더 나아질 수 있구나’하는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를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되지만, 잘못된 정책에 대해 명확한 문제 의식을 가져야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변화시킬지 명확한 방향성이 나온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특별대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가 대담에서 윤 대통령을 20여 차례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신뢰가 깊어졌다. 신시대를 열겠다’‘한국 지방 도시에가고 싶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일 정상회담, 특히 셔틀외교가 복원된 이후에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쪽에서 긍정적인 메시지, 전향적 메시지가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하는바”라고 답했다.



현일훈(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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