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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깊고 아름다운 늙음 위해

이기희

이기희

절망하지 않기로 한다. 거울 속 모습이 나이 든 티가 나도 주눅들지 않기로 한다. 공들여 단장(?)하고 산책길에 나선다. 신나게 자전거 패달 밟으며 쌩쌩 달리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게도 저런 순간이 있었었지. 세상 모르고 힘차게 앞을 향해 질주하던 그 찬란했던 시절! 혹시나 늙어 보일까 허리 꼿꼿이 세운다.  
 
앞머리 싹뚝 잘라 애교머리로 이마 살짝 가리고 정장 대신 힙한 옷과 구멍 난 청바지로 멋을 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운동하고 건강식 메뉴로 살을 뺏는데 똥배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후배 말로는 일 주일 잘 먹으면 금방 생기는데 당장 안 빼면 영구 부착된다고 한다. 어쨌든 내 똥배는 유전자의 변이현상 없이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듯하다.  
 
그 뿐이랴! 조금만 무리해도 힘이 빠진다. 반나절 몰입해서 작품하면 어리버리 가누기 힘들 정도로 진이 빠진다. 예전에는 며칠 밤 세워 작업해도 잠깐 눈 붙이면 힘이 났다. 베스터셀러를 수없이 날린 작가가 쉰살이 넘고부터 작품량이 줄고 작품성도 바닥이 나서 이유를 물었더니 “체력이 안 받쳐 준다”고 대답했다.  
 
사람은 매일 늙는다. 늙으면 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 주름살 흰머리 고집과 집착이 생긴다. 늙음은 많은 것을 잃게 한다. 지위 명예 사랑 존경 희망 의욕을 앗아가고 기억이 조금씩 소멸해 간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믿음과 소망이 생겨나고 지혜롭고 평온한 안식을 갖는다. 부대끼던 과대망상에서 벗어나 삶의 정직한 평가를 매길 수 있다. 과하게 덧칠했던 초상화를 지우면 참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늙음의 큰 아픔은 상실이다. 세월이 많은 것을 앗아간다. 늙음은 상실이 아니라 되찿음이다. 잊고 살았던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불모의 땅에 희망을 심는다.
 
늘어감의 가장 큰 적은 절망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다. 어깨에 진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면 무엇이던 얼마든지 시작 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산다. 힘들어도 견디는 사람은 견뎌낸다. 뒤지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단련하고 배우고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 퇴로는 없다.  
 
나이 들면 두뇌의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 한다고 생각한다. 레이몬드 커넬은 지능을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성 기능(Crystallized Intelligence)으로 구분한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는 유동성 지능은 나이 들수록 감소하지만 결정성 지능은 경험으로 축척된 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으로 나이가 들어도 일정하게 유지 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기억력 숫자감각 정확성 등은 20-30세에 절정을 이루지만 비교 구분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능력과 어휘력 등을 담당하는 결정성 지능은 기억보다 사색과 인식능력에 따라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나이 들면 두 가지 유형으로 인격이 갈라진다. 노여워하고 잔소리가 많아지고 불평 불만투성이의 노인이 있는가 하면 넓어지고 깊어지며 여유롭고 아름답게 생을 추스리는 사람이 있다.  
 
나이가 단지 숫자로 남으려면 깊고 아름답게 늙을 다짐을 매일 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성인군자 되기는 불가능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길은 마음 가짐이다. 몸은 나이가 들어도 마음이 청춘인 사람의 계절은 늘 화창한 봄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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