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들였는데 154만원 됐다…거제 '짝퉁 거북선' 무슨 일
16억원을 들여 만든 경남의 한 거북선이 154만원에 팔리게 됐다.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사실이 들통나 ‘짝퉁’ 논란이 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임진란 거북선 1호(거제 거북선)’ 얘기다.
7번 유찰 끝에 낙찰
거제 거북선은 7번 유찰된 끝에 낙찰자를 찾았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말부터 매각 예정가 1억1750만원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온비드)에 일반입찰 공고를 냈지만, 입찰자가 없었다. 내부가 3층 구조인 거북선은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이며 무게만 100t이 넘는다. 거제시는 거북선 크기와 무게 때문에 입찰에 쉽게 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순신 프로젝트’…결말은 ‘짝퉁 거북선’
하지만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게 드러나면서 ‘짝퉁 거북선’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경남도는 거북선 제작에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썼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가 계약과 달리 임의로 수입산 목재를 썼고, 그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도민 앞에 나서서 사과했다.
거제 거북선은 사업을 시작할 때 국ㆍ도ㆍ시비 포함 사업비 20억원이 책정됐지만, 실제 제작에 투입된 돈은 약 16억원으로 파악됐다. 건조업체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고, 재료값 등 정산해보니 4억원가량 줄었단 게 거제시 설명이다.
5년 새 유지·관리비만 1억5000만원
이후에는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계속 발생했다. 이 때문에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들어간 거제시 예산만 1억5000만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몰아친 뒤 거북선 선미(꼬리)가 파손,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다.
거제시는 수억원을 들여 거북선을 유지·보수한다고 해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나무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태풍 때 부서진 거북선 꼬리 쪽이 지금도 계속 파편이 떨어지고 있다. 안전띠를 둘러놓긴 했지만, 관람객 안전사고 우려가 계속 나오다 보니,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안대훈(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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