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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대선 전초전 된 ‘부채상한선’ 논란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부채상한선(debt ceiling)’ 상향 문제를 두고 바이든 정부와 공화당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바이든 정부는 신속히 부채상한선을 올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채무불이행(default)’ 선언까지 갈 수 있다며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고, 공화당 측에선 부채 축소 방안을 제시해야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났지만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났다. 그나마 오늘(12일)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백악관 측이 협상 지연 시 바이든 대통령의 G-7 회담 불참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엄포를 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부채상한선이 그야말로 목까지 찾기 때문이다. 현재 부채상한선은 31조4000억 달러 규모다. 지난 2021년 2조5000억 달러를 추가한 결과다. 그런데 계속된 재정적자로 상한선을 더 높이지 않을 경우 6월1일 채무불이행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주장이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은 사실 최대 채무국이기도 하다. 미국의 부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부채시계(USdebtclock.org)’에 따르면 2023년 5월11일 현재 미국의 부채액은 31조74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34%나 되는 규모다. 이를 시민권자 숫자로 나누면 1인당 9만48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개인이 직접 갚는 것이 아니라 실감은 나지 않지만 미국인은 빚더미에 앉아 있는 것이다.    
 
이란 분위기다 보니 ‘미국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분석도 쏟아진다. 당연히 국제적 망신에 미국은 대혼란에 빠진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채무불이행이 발표되면 당장 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국내총생산(GDP)은 4%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채 신용도 하락으로 금리부담도 커진다. 현재 AAA 급인 미국 국채 신용도가 한 단계 아래인 AA+로만 떨어져도 연간 750억 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도 초래된다. 소셜 시큐리티 연금, 메디케어, 식료품 보조 등 각종 복지 혜택이 중단되고 연방 공무원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채무불이행’ 선언까지 갈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대부분 막판 극적 합의로 위기를 넘겼다.  
 
결국 합의로 귀결될 일에 이처럼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민주·공화 양당의 기본 이념이 부딪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역할 확대를,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재정적자가 생기더라도 정부 지출을 늘리려 하고, 공화당 정부는 세금 적게 걷고 적게 쓰자는 입장이다.  
 
연방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미 지난 4월 ‘제한,절약,성장법(Limit, Save, Grow Act)’을 통과시킨 바 있다. 향후 10년간 4조8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의 67%인 3조2000억 달러를 정부의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을 줄여 맞추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복지혜택과 그린에너지, 전기차 보조금 축소, 학자금 대출 탕감 폐지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바이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내용이다.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요구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바이든 정부는 일단 부채상한선을 높여 급한 불 부터 끈 후 지출 문제는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카시 하원의장도 의장 당선 후 첫 정치력 시험무대인 만큼 쉽게 양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오늘 만남에서 양측이 어떤 것을 주고받을지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족 한 가지. 미국처럼 강력한 대통령제에 역시 거대 정당 두 곳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언제나 이런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볼 수 있을까.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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