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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더 이상 ‘단일민족’만 찾지 말자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미국 생활 초기 자동차 수리 업소에 갔다가 운 좋게 한국말이 유창한 정비사를 만났었다. 모습은 분명 흑인인데….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하느냐고 물었더니 “저 한국 사람이에요” 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어머니가 한국인이었고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니다 미국에 왔다고 했다. 순간 겸연쩍음과 미안함, 부끄러움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한국인’하면 나와 비슷한 모습의 사람만 생각했었다. 그의 피부색만 보고 그가 한국인이 아닐 것이라고 예단했던 이유다.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던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교육의 결과물이었다. 이중언어가 가능해 그를 찾는 한인들이 많았다. 자동차 수리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에 전화할 일이 생겨도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모 중 한쪽만 한인일 경우 ‘혼혈’이라고 칭한다. 어법상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역사적 배경 탓인지 한국에서 ‘혼혈’이라는 말에는 좋지 않은 뉘앙스가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인종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어머니(혹은 아버지)가 한인인 한국계’ 라는 시긍로 표현한다.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120년이 되는 해다. 한인 4세가 있을 정도로 이민역사의 연륜이 깊어졌다. 당연히 한인사회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주요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눈으로 확인되는 것이 지인들의 가족사진이다. 이제는 가족사진에 피부색이 다른 구성원이 있는 모습이 생경하지가 않다. 이민 역사가 오래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다.
 
 한인사회에 의미 있는 기념일이 하나 생겼다. LA시의회에서 5월19일을 ‘하파 데이(Hapa Day)’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하파’란 한인 등 아시안과 타인종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의미한다고 한다. 하와이언어로 ‘아름답다’‘귀엽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의안의 목적은 숫적으로 크게 늘고 있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후손들이 문화적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날 시청 앞에서는 대규모 축하 행사가 진행되고 다양한 축제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결의안을 주도한 측은 앞으로 주나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하파 데이’가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연방센서스국의 2021년 아메리카커뮤니티서베이(ACS) 자료에 따르면 LA시에만 한인 하파 인구가 1만 명 가까이 되고, 전국적으로는 보면 50만 명이 넘는다. 미주 한인 인구가 25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많은 숫자다. 그리고 앞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사실 이민 3,4대까지 한인끼리의 혼인이 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인사회의 성장세가 정체된 분위기다. 1세대의 고령화, 한국으로부터의 이민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사회의 영향력을 지속해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외연의 확대다. ‘한인 하파’들에 대한 관심과 영입은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인사회는 이 일에 소극적이었다.  
 
먼저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케케묵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혈연’에 집착하기보다 가치나 문화, 신념의 공유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곳으로 유대인 커뮤니티를 꼽는다. 인구수는 미국 전체의 전체의 2.% 가량 된다고 한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유대인의 범주에 포함되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것이다. 혈연적으로도 조부모 중 한명이 유대인이면 유대인이라고 할 정도다.  
 
‘하파 데이’ 지정이 한인 커뮤니티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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