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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가는 말은 고운데…

미국 기밀문서 유출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다음 날이던 지난 10일 본지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브리핑에 모두 참석했다. 한국 국가안보실이 도청에 뚫린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백악관 브리핑엔 미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이 나왔다. 질의응답이 진행된 40여분 동안 “한국 관련된 질문”이라고 밝히며 손을 들었지만,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과 커비 조정관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브리핑이 끝났고, 오히려 다른 출입기자들이 “오늘은 한국 질문받을 상황이었는데 너무했다”고 이야기를 건넸다. 그나마 외신 기자들이 많은 국무부 브리핑에선 질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똑 부러진 대답은 없었다. 도청 의혹을 묻는 말에 “한국에 대한 우리 안보 공약은 철통 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이 불편한 진실에 침묵하는 동안, 오히려 먼저 나서 상황을 정리해준 건 한국 정부였다. 워싱턴을 찾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유출된 문서 대부분이 조작이라며, 그래서 미국에 전할 입장도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정황이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
 


윤석열 대통령도 미국의 고민을 덜어주는 발언을 내놨다. 전장에 보낼 포탄이 부족해 허덕이는 상황에서, 조건부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외신에 내비쳤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생각에서일까. 국빈 방문을 앞두고 먼저 통 큰 배려를 보여준 뒤, 확장억제나 경제·기술 협력 면에서 더 대단한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와 만났던 한 우리 외교 고위 당국자는 “가는 말과 오는 말이 항상 같진 않은 게 외교의 세계”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수십 년 경험에 비춰볼 때, 먼저 선의를 베풀어도 상대국 셈법은 다르고, 나라 밖 변수도 많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곤 했다는 것이다.
 
이번 역시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지금껏 치른 비용이 너무 크다. 대만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 발언에 경제·대북문제에서 여전히 중요한 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등을 돌렸다. 미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우리 기업들은 바이든표 자국 중심주의 법안에 번번이 뒤통수를 맞았다.
 
국민이 고개 끄덕일 획기적인 성과가 없다면, 국빈 방문을 앞두고 펼쳐진 이런 상황들이 설명이 안 된다. 이미 가는 말은 충분히 고왔다. 이제는 오는 말이 고울 차례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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