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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신호철]

[신호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시를 쓰는 것도 가끔 어색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건만 이 나이에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린다고 다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시를 쓴다고 다 시가 되는 것도 아니기에 이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하나? 시도 때도 없이 시를 쓰고, 다가오는 풍경을 놓칠세라 마음 졸이며 살아 왔건만 찡하게 가슴에 다가오는 시 한 편 못쓰고 있다. 쓰고 지우고 또 쓰기를 반복하지만 그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햇빛 드는 양지쪽에 앉아 자라나는 들꽃들이 예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곤 하였다. 그 옆에 앉아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 근심 걱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정도로 들꽃의 청순한 매력에 꽂히게 된다. 그렇게 마음에 담겨진 풍경과 사물을 스케치하고 머리에 스치는 아이디어를 놓칠세라 분주히 펜을 움직여보기도 하고,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묵직한 것들을 남기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이지만 세월이 유수 같아 이젠 점점 무엇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없이 하루 하루가 소중히 여겨진다. 한걸음 한걸음이 몇 개 남지 않은 퍼즐을 완성할 수도, 아니면 빗겨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럴수록 초조하지 않기로 했다. 목표만 보고 걷기로 했다. 내가 스스로 만든 그림자 때문에 놀라지 말고 우회하지 말고 오히려 무심히 보기로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고 편해졌다.
 
2019년 가을 첫번째 시집 〈바람에 기대어〉가 시와 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어깨를 펴고 살았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파릇이 살아나는 봄날에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는데 갑작스레 코로나 팬데믹 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대전 문화원에서의 간단한 출판기념회를 한 것으로 시카고에서의 계획은 자연히 무산되었다. 후에 돌아보니 얼마나 잘 된 일인 지, 멋 모르고 했더라면 얼마나 쑥스러운 일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두번째 시집 〈시화집〉이 출판을 기다리고 있다. 시 70편과 그림일기처럼 그린 그림 40점을 모아보았다. 한국의 역랑 있는 선생님들 덕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발문은 정윤찬 시인이, 표사에 김종회교수, 나호열 시인, 김혜주 시인께서 글을 보내주셨다. 시카고 변방의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시시한 시인 신호철을 위해 기꺼이 보내주신 글들을 읽다 보니 노을처럼 붉어지는 눈시울을 훔칠 수밖에, 저린 가슴으로 고마움을 보낼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었다. 막 보내온 김혜주 시인의 글을 소개해 드린다.(시인, 화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높이로 몸을 낮게 숙이고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말을 전해준 시인이다 다가올 수 없는 것도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순연한 세계, ‘지금’이라는 진실로 푸르게 취하며 그림 속의 풍경을 몽롱하게 연민하고 자신의 세계를 숙성시킨 문장들 현실의 무거움이 내제되어 있는, 기억과 상처마저 은근하고 솔직한 기쁨으로 마주하던 시간들을 시카고의 호수와 바람과 노을의 시간으로 위무하며 잃어버릴뻔 했던 고국의 향기와 사랑이 시심에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김혜주 시인-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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