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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구마모토의 힘

“정성 들여 속도감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속도감 있게 빠르게, 그런데 정성 들여서. 이 두 가지가 병립할 수 있는 것인 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청에서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지사의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증이 몰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 둘을 동시에 하고 있단 건가.  
 
구마모토는 요즘 말로 하면 ‘핫플’이다. 반도체 때문이다. 세계 1위의 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대만 TSMC가 일본 회사들과 함께 이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 양배추밭과 당근밭 일색이던 동네가 상전벽해 중인데, 이르면 내년 말 생산이 시작된다. 가바시마 지사가 ‘정성 들이면서’ 또 ‘속도감 있게’한다는 건 이 얘기다.
 
우선 속도감. TSMC가 약 76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양배추밭에 짓기로 하면서 요구한 건 하나였단다. 공사를 2년 반 안에 마쳐달라는 것. 일본에선 통상 10년이 걸리는데, 이걸 4분의 1로 줄여달란 거였다. 방법은 하나. 24시간 밤샘 공사였다.  
 


전례 없는 일이었지만 일본 건설회사는 지금도 매일 밤 불을 환히 밝히고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정성. 수도 도쿄가 아닌 구마모토에 해외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구마모토 현은 조사에 들어갔다. 구마모토 공장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은 총 1700명. 이 중 대만에서 구마모토로 넘어오게 되는 사람들은 약 300명이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올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어떻게 하면 이들의 정착을 지원할 수 있을까. 구마모토 담당 공무원들의 생각이 닿은 건 교육이었다. 조사해보니 일본에 오는 300명 가운데 아이들이 있는 직원은 절반. 구마모토 현은 교육환경 정비를 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학교였다. 담당 공무원의 말이다. “가족에 따라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할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국제학교, 일본 문화 속에서 키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본 학교 등 선택지를 준비하고 통역기기 등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해외기업 하나를 유치하면서 함께 올 가족을 위한 환경과 교육까지 세심히 마음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구마모토는 벌써 들썩인다. 땅값은 전년 대비 20% 올랐다. 일자리가 늘다 못해 내년 말 이후론 매년 1000명의 일손 부족 상황도 온다. TSMC 공장 유치 등으로 향후 10년 간 경제 파급효과가 69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린 어떤가. 틈만 나면 해외 기업 유치를 외치지만 정작 이렇게 할 수 있나. 가바시마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김현예 /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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