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유명’을 달리하다
부고 기사 등에서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등과 같이 ‘운명을 달리했다’고 쓴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말은 맞는 표현일까?‘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이 죽었음을 뜻할 때는 ‘운명을 달리했다’가 아니라 ‘운명했다’고 써야 바르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이때의 ‘운명’은 ‘운명(殞命)’이 아닌 ‘운명(運命)’이다. ‘운명(運命)’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나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가리킨다.
누군가의 죽음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유명을 달리하다’이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저승과 이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명을 달리하다’는 이승의 밝은 세상을 떠나 저승의 어두운 곳으로 갔다는 의미로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우리말에는 이 밖에도 죽음을 완곡하게 나타내는 표현이 많다. “세상을 떠나다” “한 줌의 재가 되다” “잠들다” “돌아가다” “고동을 멈추다” 등과 같은 표현이 있다. “별세(別世)하다” “타계(他界)하다” “영면(永眠)하다” “작고(作故)하다”와 같은 한자어식 표현도 있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