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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나는 신이다

어느 신경정신과 병동에서 세 환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첫 사람이 “나는 나폴레옹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을 한다. 듣고 있던 두 번째 사람이 “난 예수다!”라고 하니,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세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한다. “난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다!” 앗, 그렇다면 이 마지막 분은 하나님?  
 
요즘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가 화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처음에는 전 세계가 시청하는 넷플릭스에서 이런 다큐멘터리가 나가면, 혹시라도 한국 크리스천들이 오해를 받을까 괜한 걱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첫 3회는 거의 구토증을 참을 수 없었다. 이어지는 다른 사이비 교주들의 사건들도, 당시 한국에 없어 자세히 몰랐던 황당하다 못해 참혹한 사건들이었다. 이 시리즈를 보며 망상장애, 극단의 자기애적 성격장애, 그리고 가스라이팅, 이 세 단어가 머릿속을 감돌았다.  
 
그 중 망상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근거 없는 신념을 말한다. 대부분 정신 건강 문제가 그렇듯, 망상장애도 생물학적 뇌의 손상이나 심리적 불안감, 공포감, 트라우마 경험 등이 원인이라고 추측된다. 이런 망상이 1개월 이상 진행되면 망상장애로 보는데, 전에 정신분열이라 불렀던 조현병 진단에도 망상(delusion)이라는 증상이 반드시 포함된다.
 
문제는, 망상이 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망상이 아니고 진실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망상장애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중 드물지만 색정형(Erotomanic)은 여성에게 더 많은 증상인데, 유명 연예인이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 경우이다. 질투형(Jealousy)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의처증, 의부증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 피해형(Persecutory)은 주로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의심에 시달리는 경우이다. 신체형(Somatic)은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심각한 신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신이다’ 시리즈에 나오는 사이비 교주, 자칭 신이요 메시아인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과대형(Grandiose) 망상장애이다. 자신이 남에게 없는 위대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 증세다. 자신이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이고, 나아가 자신이 신이라고 믿는 경우이다. 심지어 자연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자신이 기도해서 미국의 태풍이 물러갔다는 등의 어이없는 주장을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망상장애는 환자의 망상에 대해 가진 믿음이 너무 견고하여 완치가 어렵고 회복률이 50%밖에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에도 0.02~0.05% 정도가 망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파악된다. 망상이 있더라도 자신의 생활을 큰 문제 없이 해나가며 주위에 피해를 안 주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망상 때문에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많다. 더는 망상을 굳게 믿지 말고, 치료의 자리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가스라이팅 피해자인 신도들은 다, 진정한 공동체 의식, 연결의식 결여로 인한 사랑과 존재감의 부족으로 힘들어진 사람들이었다. 가슴의 공허를 메우기 위해, 병이나 가난 같은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들을 찾았다 일생을 망쳐버렸다. 망상장애에 이어, 이 사이비 교주들의 극단적 자기애와 가스라이팅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 좀 더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지금도 100여명의 자칭 메시아가 존재한다는 2023년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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