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이매창 (1573~1610)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가곡원류
전란의 시대, 고독과 이별의 시인
아전의 서녀 이향금은 기생이 된 것으로 보아 어머니도 기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는 매창, 계유년에 태어났다 하여 계생(癸生) 또는 계랑(桂娘)이라고도 불렸다. 1591년 봄, 부안에서 유희경을 만나 시를 주고받다 사랑에 빠졌다. 천민 출신이었으나 당시의 사대부들과 교류했던 시인 유희경과는 스물여덟 살의 나이 차이도 둘의 사랑을 막진 못했다.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유희경은 의병을 모아 참전했다. 매창의 시조에 답하는 유희경의 시가 있다.
娘家在浪州(낭가재낭주)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我家住京口(아가주경구)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想思不相見(상사불상견)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보고
腸斷梧桐雨(장단오동우)
오동에 비 뿌릴 젠 애가 끊겨라
- 懷桂娘(회계랑) 매창을 생각하며
이별 15년 후 재회해 함께 변산반도를 구경하러 다니기도 했으나 열흘 만에 다시 헤어져 매창은 서른여덟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전란의 시대, 고독과 이별을 안고 살던 시인 매창은 평생 함께한 거문고를 안고 묻혀 부안사람들은 그녀의 무덤이 있는 봉덕리 공동묘지를 ‘매창이뜸’이라고 부른다. 사후 58년, 고을 아전들이 그녀가 남긴 시 58편을 목판에 새겨 『매창집』을 개암사에서 발간했으니 아름다운 일이었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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