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맞짱 뜨는 ICC 수사 총괄 英출신 검사장 "법은 강하다"
"법원 출석 않으면 궐석재판 하면 돼"
"법원 출석 않으면 궐석재판 하면 돼"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법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강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는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영국 출신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법의 힘을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칸 검사장은 지난 17일 ICC가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ICC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보육원이나 가족을 속여 납치한 아동을 러시아로 불법 이주시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우크라이나의 실태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네 차례 방문했다.
그는 "보고서를 읽거나 사진을 볼 수 있지만 현장에 가는 것만 못하다"며 "마음의 눈으로 어린아이들과 생명의 소리, 건물에 놓인 시체, 텅 빈 여람, 작은 신발과 장난감들을 보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 결국 이들을 보호해야 할 수 있는 것은 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며, 푸틴 대통령이 ICC 법정에 출석해 재판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칸 검사장은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순진한 것은 아니다"며 "유고슬라비아 재판소가 설립되었을 때 밀로셰비치, 라트코 믈라디치, 라도반 카라지치가 헤이그로 끌려갈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그들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 법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일종의 궐석재판으로 그에 대한 재판을 할 수 있다면서, 우간다 반군 '신의 저항군'(LRA) 총사령관인 조셉 코니의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칸 검사장은 "우리는 이러한 장치를 사법권을 무시하거나 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며 "독립적인 판사가 증인과 증거를 검토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법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칸 검사장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를 정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장 조사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촉구했다.
칸 검사장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현장 조사에 투입된 직원들을 위한 추가 지원금을 단 1유로도 받지 못했다며, 전쟁 범죄 수사와 기소에 사용할 자금이 다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유엔이나 ICC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자원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러한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은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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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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