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생방'서 절규…전두환 손자 폭로에 또다시 고개 든 주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의 나흘에 걸친 폭로전이 미국 현지 경찰의 제지로 일단락됐다. 17일(한국 시각) 새벽 폭로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투약한 그는 환각 증세를 보이다 뉴욕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씨는 다음 날인 15일부터 수시로 유튜브 실시간방송을 켜고 폭로를 이어갔다. 자신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과거 촬영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비자금 보관 위치, 사용 출처, 돈세탁 과정 등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 의혹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얘기를 꺼냈다. 그는 중앙일보에 “어릴 적, 집안에 현금이 가득 담긴 가방들과 돈 봉투들을 자주 봤다”고 말했고, “친어머니(최모씨) 말로는 연희동 자택에 숨겨진 금고에 엄청난 게 있다고 했다. (20년 전쯤) 연희동 할아버지(전 전 대통령) 침실 옆에 한화 현금 봉투가 가득 든 가방들이 나열돼 있었고 할아버지가 현금 뭉치를 꺼내 배드민턴 선수들에게 줬다”고 방송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또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건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전씨의 아버지인 전재용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제게 범죄 혐의가 있고 검은 돈을 숨기고 있다면 당연히 다 드러나고 죄를 받았을 것이다. 아들이 아픈지 오래됐다. 괜찮다는 아들 말만 믿은 나의 잘못이다. 피해를 본 분들께 면목이 없고 너무 죄송하다”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전씨의 폭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전씨는 16일 “아버지 전재용씨가 제가 아프고 친모도 우울증이 있다고 인터뷰했던데 저는 정상이다. 제게 정신병자 프레임을 씌우지 마시라”고 직접 반박했고, SNS에 이순자씨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라며 ‘돌아와라. 제발 이 할미 품으로. 이 할미도 유방암 2기라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함께 최선…’이라고 적힌 캡처 화면을 띄워 “가족이 무섭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일요일마다 전두환·이순자를 신 같이 섬기며 찾아뵀다”며 “(가족들로부터)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고, 광주 민주화 운동은 ‘빨갱이’의 폭동이며 우리는 국가를 부유하게 해줬다, 우린 피해자라고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소 황당한 결말을 맺긴 했지만, 전씨의 폭로전으로 인해 일각에선 전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 약 900억원을 마저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추징 대상자가 재판 확정 후 사망하면 상속재판에 대해 추징을 집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한 추징금 약 2205억원 중 약 1283억원만 납부한 뒤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주장하며 나머지는 미납하다 2021년 11월 23일 사망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지난 16일 제3자 추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전 전 대통령 손자의 발언을 살펴보면서 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앞선 방송에서 전 전 대통령의 삼남 전재만(52)씨가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소재 한 와이너리에 대해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또한 전씨가 스스로 털어놓은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선 추징금 미납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두환 추징 3법’(형법·형사소송법·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16일 “전씨가 자신과 가족을 범죄자로 칭하며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에 대한 구체적 사용 용도를 폭로했다. 추징 3법 개정을 통해 상속재산에 대해서도 추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찬규.김은지(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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