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지구마불”…’여행 예능’ 범람, 식상함 속 승자는 '글쎄' [Oh!쎈 초점]
[OSEN=유수연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 사그라들자, 스타들의 여행기가 브라운관은 물론 OTT를 점령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자극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여행 예능은 식상함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JTBC ‘패키지 말고 배낭여행-뭉뜬 리턴즈’가, 9일에는 SBS ‘수학 없는 수학여행’이, 4일에는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2일에는 tvN ‘텐트 밖은 유럽’이 첫 방송됐다. 2주 만에 ‘여행 예능’만 4개가 첫 방송된 것.
물론 나름의 차이점은 있다. ‘뭉뜬 리턴즈’는 안정환,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의 중년 F4의 배낭여행을, ‘수학여행’은 신선한 멤버의 조합과 무지성 버라이어티를 전면에 내서왔다. ‘지구마불’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를, ‘텐트 밖은 유럽’은 낯선 나라에서 캠핑을 펼치는 배우들의 여행기를 콘셉트로 전면에 내세우며 색다른 장면을 연출하려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예인들이 직접 발로 뛰며 만든 여행 코스를 선보이는 KBS2 ‘배틀트립’이 팬데믹 이후 2년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어 연예인 가족들의 리얼한 해외여행 과정을 담은 KBS’ 걸어서 환장 속으로’, 배우 하정우, 주지훈, 최민호, 여진구가 청춘들을 여행 보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드 트립 티빙 ‘두발로 티켓팅’도 있다. 또한 ‘MZ 남매’ 조나단과 파트리샤가 나선 생애 첫 해외여행을 그린 ‘집에 있을 걸 그랬어’도 올 상반기 론칭을 앞두고 있다.
OTT를 포함해 한 채널 건너 한 채널에 ‘여행 예능’이 걸려있는 가운데,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다소 비슷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사실상 ‘여행 예능’의 인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며 차별화를 시도해도 ‘여행’이라는 포맷에는 변함이 없으니 일명 ‘라이트’ 시청자들에게는 여행지와 출연자만 바꾼 듯한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다만 이 범람하는 ‘여행 예능’ 중에서도 승자는 있다. ‘뭉뜬 리턴즈’는 보장된 예능 캐릭터를 기반으로 첫 방송 3.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고, ‘텐트 밖의 유럽’은 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현 여행 예능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외의 여행 예능은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팬데믹의 시기의 끝자락, 여행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시청자들의 흐름에 부합한 ‘여행 예능’의 범람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다만, ‘남들이 하니 우리도 한다’라는 생각과 작은 변수의 첨가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다는 나태한 기획은 소리 소문 없이 묻힐 수 있다는 점도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yusuou@osen.co.kr
유수연(yusu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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