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시평] 아시아의 시대를 준비하자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아시아의 정의와 경계는 분명치 않다. 그리스 시대부터 아시아라는 이름을 불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지리학자 헤카테우스는 세계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가 본 아시아는 에게해 동쪽의 지금의 터키, 이란 지역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소아시아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그 후에도 유라시아 대륙을 유럽과 아시아로 구분하는 것은 주로 유럽인들에 의해 정해져 왔다. 오늘날에는 대개 위로는 우랄산맥, 아래로는 수에즈운하의 동쪽을 아시아로 구분하고 있다. 영국은 그들의 최대 식민지인 인도를 아시아라는 의미의 ‘동쪽’(East)이라고 불렀고 그보다 더 동쪽은 극동(Far East), 그 중간쯤은 중동(Middle East)이라고 불렀다. 반면 미국인들에게 아시아라고 하면 태평양 너머의 동아시아(East Asia)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에게는 대개 인도와 주변국, 그 동쪽 국가들이 아시아로 이해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는 곧 서구권 추월
이들 국가와 지적·인적 교류 넓혀
실질적 다극 외교로 전환해 가야
21세기 한국입지 구축할 수 있어

그런 아시아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에서는 기술과 제도 발전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산업혁명 이후 가속화되어 유럽과 미국이 20세기 전반까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서세동점의 기세에 많은 아시아국가는 그들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중국도 거의 반식민지화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약 5~6세기에 걸쳐 서양이 주도했던 세계 경제성장의 주동력이 아시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계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이제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의 인구는 47억으로 세계인구의 60%에 달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만 세계인구의 36%가 넘는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일본 네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인구의 10%가 넘는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전체 인구는 세계인구의 14%가 되지 않는다. 수년 전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50년이 되면 경제 규모로 중국이 1위, 인도가 2위, 미국이 3위, 인도네시아가 4위가 될 것이며 아시아가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경제 규모의 2배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 18위로, 19위 필리핀, 20위 베트남의 추격을 받는 것으로 되어있다. 마우로 기옌의 『2030 축의 전환』(2020)에 따르면 2040년대 중반에 이미 아시아 중산층의 구매력이 전 세계 중산층 구매력의 60%를 넘게 된다. 아시아 인구의 평균 연령이 유럽과 미국 인구보다 훨씬 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정치경제 질서는 미국과 유럽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이 세계 경제 총생산의 24%, 유럽이 22%를 차지하며 중국의 17%, 인도의 3%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2050년이 되면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 20%, 인도 15%, 미국 12%, 유럽 9%로 역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시아의 부상이 얼마나 빠르고 압도적일지 잘 말해주고 있다.

21세기가 과연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인가? 경제 규모로 보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21세기 세계질서를 아시아가 주도하게 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아직도 서양과의 갭은 매우 크다. 무엇보다 지적 리더십, 국제기구를 운영하는 능력 등에 있어 그렇다. 가령 지금 국제통화기금(IMF) 총 지분 중 G7 국가가 43%, 미국은 17%로 비토권을 가지고 IMF의 정책과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2050년 G7의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은 20%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IMF의 정책과 운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말이 되면 아시아의 노벨상 수상자가 서양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한계도 있다. 아시아는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같은 동질성이나 로마와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수많은 종교와 언어, 이질적 문화와 역사를 가진, 아시아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찾기 어렵다. 여전히 국가간 민족간 갈등과 반목이 심한 지역이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은 분명히 다가오게 될 아시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긴 역사를 통해 단극 외교에 매달려 왔다. 조선시대까지는 중국에 대한 사대외교에, 해방 후에는 한미동맹에 주로 의존해왔다. 이제는 실질적 다극 외교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을 넘어 다른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미중간 신 냉전시대에 필수적인 일이다. 나라의 관계도 연륜이 쌓여야 깊어진다. 우선 아시아 국가들과 사회지도층, 지식엘리트들의 교류를 넓혀 연대감을 높여나가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보다 더 빈번한 인적, 지적, 공적 교류를 넓혀야 21세기 한국의 입지를 제대로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