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산이 막혀 앞을 볼 수 없었다 / 버티고 누운 산이 답답했다 / “너 눈을 감았잖아” / 보이지 않는 건 영원히 볼 수 없는 걸까? / 마음의 눈을 떠 보라 했다 / 마음의 창을 여니 깊고 푸른 산// 하늘은 내게 쉬어가라 했다 / 바람이 불고 있었고, 새소리가 들렸고 / 흐르는 땀을 훔치고 귀를 여니 물소리가 맑았다 / 들꽃이 피어 있었고, 나비의 눈이 애잔했고 / 정상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보였다 / 하늘은 이리로 오라 손짓했다 // 산이 막혀 갈 수가 없다는 말은 공허하다 / 오르지 못할 대상, 장애물이 아니었다 / 한마디 말, 손짓 하나 만으로 충분한 것을 / 나에게서 벗어나는 걸 어처구니 없어했던 시간 / 다시 꽃이 나비를 부르지 않아도 / 비가 폭포가 되어 부서지지 않아도 // 코스타리카 기암 절벽 아래서 / 눈을 뜬 채로 마음을 열었다 / 두 개의 풍경과 두 개의 시간이 만든 얼굴 / 하늘은 내게 스승이 되었다그런데 과연 길이 없는 것일까. 이렇게 머리를 움켜 쥐고 고통만 당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최상의 선택인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분명 아무 쓸모 없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우둔한 태도 임이 분명하다.
우리 앞에 산 같은 거대한 몸집을 한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쳐다보는 순간 기가 질리고 말 것이다. 그 장애물 앞에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얼어 붙어 버리든지, 뒤돌아 줄행랑을 칠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옛 말이 있다. 장애물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는가? 그 장애물 속을 들여다 보았는가? 정면승부란 말이 있다. 부딪쳐 보지 않으면 해결은 없다. 머리를 감싸 쥔 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그 어려움은 오래 더 집요하게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혹자는 이 상황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선택하기도 하고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폐인의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은 미로 같지만 분명 출구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 길을 찿아보기로 하자.
성경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가 나온다. 다윗은 양을 치는 목동이었고 골리앗은 갑옷과 창검으로 무장한 구척 장신의 장군이었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싸움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골리앗 앞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돌팔매로 사자를 때려잡았던 다윗의 눈에 골리앗은 한 마리의 짐승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윗은 골리앗의 이마에 단 한 번의 돌팔매로 그를 꺼꾸러트렸다. 골리앗은 창검을 사용하기도 전에 다윗이 겨냥한 작은 돌멩이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풍경을 대하는 태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대하는 태도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거침돌을 디딤돌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전환으로 가능할 수 있단 생각을 했다. 내 머릿속에 입력된 세상적 가치관 그 고정 관념을 제거해야 되지 않을까?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 우리는 한 발자국도 행복의 길을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길가에 핀 이름 없는 들꽃들, 언덕 위에 자라고 있는 풀과 나무들을 보라. 누가 그들을 키우고 다듬고 있는지? 우리가 걱정하고 근심하지 않아도 봄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단풍 질 것이다. 누가 이 사실을 근심으로 두려움으로 받아 드리겠는가? 내 안에 자라고 있는 두려움의 존재도, 살아가며 겪어야 할 모든 어려움도 내가 눈을 감아버리고 직면하지 않으려 했기에 걸림돌이 된 것이다.
두려움의 안으로 들어가보자. 생각만큼 두려움의 속은 어둡지 않다. 그리고 두려움에 갇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자. 해결의 방법은 어디서 뚝 떨어진 요술 방망이가 아니고, 요술 램프의 지니가 아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 나에게 허락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생을 살아가며 가꾸고 다듬은 바로 나다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를 만드신 당신 안에서 나를 발견한 순간 이미 거침돌은 디딤돌로 바꾸어져 있을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트린 그 자신감은 바로 나를 나답게 만드신 당신 안에서 의심 없이 적용되기 때문인 것이다. 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 보는 것이다. (화가, 시인)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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