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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수화, 수어, 손말

한자어의 사용과 한자의 사용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이 점을 혼동하기도 합니다. 종종 문자와 언어를 헷갈려 하는 겁니다. 한국어가 과학적인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글을 잘못 이야기하는 경우입니다. 한자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서 뿌리가 한어(漢語)에 있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자로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추, 상추 등은 한자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한자어라고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붕어, 숭어, 잉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원적으로는 ‘부어, 수어, 이어’에서 온 말이지만 한자로 쓸 수 없기에 한자어라고는 잘 하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한자어를 무조건 고유어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어는 사회적 산물이기에 사회성을 얻지 못하면 어휘 목록에 들어올 수 없고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꾸려는 여러 시도가 남한에서도 있었고, 북한에서도 있었습니다만 실패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어색해 하고 본래의 단어와는 차이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큰 배움터’로 바꾸려는 시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긴 고유어라는 말도 한자어입니다. 순우리말이라는 말에도 ‘순(純)’이라는 한자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한편 새로 생겨나는 한자어에 대해서는 고민이 됩니다. 새로 생기는 말부터는 고유어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논의가 있습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언중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 왜 새로 생기는 말에도 한자어가 많을까요? 그건 한자어의 근본적인 장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첫째, 한자어는 단음절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어의 합성이 매우 용이하고 단어의 길이가 짧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꿀 때 길이가 길어지는 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자어의 특성을 경제성이 있다고 합니다. 복잡한 의미를 가진 어휘일수록 한자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름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자연문화유산 같은 말을 순우리말로 바꾸면 어떨까요? 아마 아주 긴 단어가 될 겁니다.
 
둘째, 한자어는 비교적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어휘에 적합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비단 한자어만의 특성은 아닙니다. 외래어가 고유어에 비해 개념적입니다. 전문용어의 사용에 외래어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고유어는 주로 감성적인 표현에 장점을 보입니다.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나 의성, 의태어를 외래어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새로 말을 만들 때 고유어도 길이가 지나치게 하지 않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개념어가 아닌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순우리말을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수어(手語)와 수화(手話)라는 용어를 보면서 그냥 ‘손말’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화라는 말을 수어로 바꾸어 사용하는데 이럴 때 우리말 표현인 손말이면 간단할 것 같습니다. 구어는 입말, 문어는 그냥 글말이라고 하면 충분합니다. 한자어로 만들기 위해서 힘을 쓰지 않아도 짧고 명료한 우리말이 되는 겁니다. 새 단어를 만들 때마다 한자어와 고유어는 제자리에서 잘 쓰일 수 있게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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