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아마겟돈
화성 궤도 바깥에서 때때로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이 발견된 것은 1996년이었고 지구와 너무 가까워서 지구근접천체로 분류되었다. 아직 확실하게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약 6천6백만 년 전 지름이 10km 정도 되는 거대한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상의 공룡이 멸종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으므로 지금 우리는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이나 혜성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이 소행성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두 개를 길이로 붙여 놓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공전하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 정도 크기에도 불구하고 동반 위성이 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마치 소행성 한 쌍으로 보인다.
소행성이 발견된 지 7년 후인 2003년에야 그 작은 모습을 드러낸 위성은 그 크기가 겨우 축구장만 하고 질량은 중심 소행성의 백 분의 일 정도 되지만 마치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듯 12시간마다 소행성을 한 바퀴씩 돈다.
이번에 NASA에서는 그 소행성을 공전하는 작은 위성에 탐사선을 보내서 충돌시켰다. 약 10달을 날아서 소행성 근처에 도착한 탐사선은 충돌 직전에 소형 장비를 모선에서 분리해 그 곁에서 충돌 현장을 촬영하고 충돌 후의 결과를 관찰하게 했다. 보름 후 탐사선과 충돌한 위성의 공전 시간이 약 30분 단축된 것을 확인했다. 충돌할 때 받은 충격으로 위성의 공전 궤도가 조금 안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적으로 천체의 공전 궤도를 움직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 아마겟돈은 공상과학 이야기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이 발견된다면 더는 영화 속의 이야기일 수 없다. 평화스러운 지금 지구 최후의 날을 피할 방법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현재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는 적게 잡아도 2,000개가 넘는다. 실제 예를 들어 2013년에 지름이 고작 20m도 안 되는 운석이 러시아에 떨어져서 1천 명이 훨씬 넘은 사상자를 냈다. 그 작은 운석 충돌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30배나 되는 위력이라니 참 대단하다.
지구위협천체란 적어도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20배 되는 궤도를 교차하며, 지름이 140m 이상 되는 소행성을 지칭한다. 지름이 20m 되는 운석을 얻어맞고도 그런 피해를 보았다면 140m 이상의 지구위협천체가 우리를 강타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은 우리 인류가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지만 먼 옛날 한동안은 공룡이 오랫동안 이 지구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모든 공룡이 한 순간에 종적을 감췄다. 가장 유력한 학설이 소행성 충돌이었고 우리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일에 대비해서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을 추적하여 대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번 시도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런 계획을 처음으로 성공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가 그 동안 축적한 과학 기술을 총동원해서 다시는 절대로 공룡 멸종의 비극적인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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