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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기희

이기희

나비처럼 살기로 한다. 가볍게 살기로 했다. 아무도 나를 이제 귀여운 곰인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복스럽고 오동통한 곰탱이로 살던 시간은 흘러갔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이웃들은 한국 이름 발음하기 힘들었는지 ‘Sweet Little thing(달콤한 작은 것)’이란 애칭으로 날 불렀다. 나는 그 당시 한국 여자로는 키가 큰 편이다. 콩나물 시루처럼 6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교실에서 늘 마지막 줄에 앉았다.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고분고분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눈이 한 개뿐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가면 눈 두 개 있는 사람이 비정상이다. 눈 하나뿐인 사람들의 숫자가 불어나면 원주민(?)들의 차별을 받는다. 다행히 정착지가 중서부 소도시라서 동양인은 희귀동물(?)인 양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영국계 아일랜드인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쓴 기행문 형식의 소설이다. 주인공인 의사 걸리버가 선의(船醫)로 취직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겪은 여행담이다.  
 


줄거리는 4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 1편 릴리퍼드(Lilliput)에서 걸리버가 탄 배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바람에 걸리버는 키가 6인치도 채 안 되는 소인들에게 포로로 잡힌다. 소인들은 국가의 제도나 별 거 아닌 이유로 다투는데, 계란을 뾰족한 쪽부터 깨느냐 덜 뾰족한 곳부터 깨느냐의 논쟁으로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높은 굽 신발을 신는 높은 굽파와 낮은 굽 신발을 신는 낮은 굽파가 대립하기도 한다. 걸리버는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나 사회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돌아가는가를 풍자한다.  
 
제2편 브로브딩내그(Brobdignag)에서는 폭풍을 만나 거인 농부에게 붙잡히는데 농부는 걸리버를 끌고 다니며 식탁 위에서 쇼를 하게 해 돈을 번다. 거인국에서 소인으로 살면서 거대하게 확대된 인간들을 관찰하는데 개개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추악한 존재인가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거인이 사는 육지에서는 모든 것이 거인의 크기에 맞춰져 있다. 소인은 덩치 큰 고래를 움직일 수 없지만 거인들에겐 어깨에 짊어질 수 있는 크기에 불과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주요 요점은 걸리버는 어느 사회에 가더라도 그 곳에 적응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그 댓가로 결국 신분 상승를 이루어낸다는 점이다.  
 
간만에 한국 가게에 장보러 갔다. 한동안 한인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는 분 같아서 세 분께 묵례를 드렸는데 묵묵부답이다. 계산대 앞에서 “혹시 누구 누구 아니세요?”라고 묻는다. 모습이 너무 바뀌어서 몰라봤다는 것. 40년 쪽진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애교머리로 이마 주름을 살짝 감췄다. 건강식과 소식, 간헐적 단식으로 살을 왕창 뺐다고 고백한다. “예뻐졌다. 젊어 보인다. 진작 헤어스타일 바꾸지”라고 야단들이다. 그럼, 생머리 묶었을 때 고전적이라던 칭찬은 빈말이였나? 간만에 듣는 칭찬에 고래 심줄 끊고 차가운 물속에서 빠져 나온다. 칭찬 몇 마디에 견딜 수 없는 이 가벼움! 보답으로 김밥 세 줄 사드렸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중력)… 날개야. 다시 돋아라, -‘이상의 날개’ 중에서.
 
산다는 것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슬퍼도 가벼우면 하늘 높이날 수 있다. 작은 칭찬에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다시 날아오른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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