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정 국면 부동산 시장, 타이밍이 중요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이자율이 올라가자 주택시장도 관망세로 돌아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가 크게 줄었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존 매물은 팔리지 않은 채 리스팅에 머물러 있고, 바이어들은 팬데믹 이전의 금리와 주택 가격을 생각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지 오래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조정’이다. 거품은 빠지고 기회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현금 보따리’를 들고 복수 오퍼를 서슴지 않던 투자자들의 등쌀도 사라져 ‘조정’ 속에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나치게 올랐던 집값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과 연준의 제로 금리 정책에 힘입어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올해는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버블 사이즈가 축소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한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설립자이자 수석 경제학자인 이안 셰퍼드슨은 최근 “올해 미국의 주택 가격이 15%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나칠 정도로 상승한 부동산 가격과 잠재 바이어들의 소득 간의 격차, 그리고 주택 재고 증가 상황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집값 하락세가 올 것이라 예상이다.
웰스 파고도 금리 인상 영향으로 주택 가격의 5% 하락을 예상했으며, 골드만삭스는 5~10%의 하락폭을 전망했다. 그런가 하면 자산 투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스틱스는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며 최대 20~25%의 급락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붕괴’가 아닌 ‘조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15% 이상의 낙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폭 상승 예상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질로(Zillow)는 8월까지 1.2%의 소폭 상승을 예상했으며,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인 코어로직스도 3.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승’보다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주택시장은 2021년 부터 2022년 전반기까지 그야말로 미친 상황을 보였었다. 폭증하는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두 자릿수의 가격 상승폭이 이어졌다. 바이어들은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매입 경쟁을 벌였다. 사상 유례없는 매입 경쟁에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런 비정상적 시장 상황에다 대형 투자자들과 현금 구매자들의 등쌀에 상당수의 실구매 희망자들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뤄야만 했다.
하지만, 조정 국면으로 투자자들의 힘이 약해진 지금이 버핏이 말한 ‘장기적 전망 속에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투자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랫동안 주택 구매를 희망했지만 남의 경기만 지켜봐야 했던 구매자들, 특히 첫 주택 구매자들에겐 올해가 바로 그 ‘타이밍’일 수 있다. 특히, 소액 다운페이먼트로 연방과 주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주택을 사려는 계획이 있다면 지금의 기회를 잘 들여다보고 과감히 결정할 필요도 있다.
양재영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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