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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여전히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 마야 안젤루의 ‘나는 배웠다’ 부분
 
 
 
이 땅에서 유색인종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인권이 보호되고 약자에 대한 법적 장치가 확보되었다는 미국이지만 아직도 유색인종은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혹은 전철 안에서 묻지마 범죄를 당하기도 한다.  
 


우리의 똑똑한 딸들이 사회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발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아직도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소외되기도 하고 그들의 역량만큼 존중받지 못하기도 한다.  
 
미국 땅에서 유색인종이 불편함과 두려움 없이 살아갈 날은 언제인지, 있기는 할 것인지 묻게 된다. 언제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묻게 된다.  
 
“나는 배웠다”는 시인의 말은 모든 부조리와 차별의 과정에서 잘 견뎠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그 모든 힘든 일들을 겪어 온 것이 허사가 아니었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때문이라는 말이기도 하겠다. 시에서의 배움이란 몸으로 체득한, 이마에 숱한 상처를 내면서도 맨땅의 헤딩을 하며 얻어진 지혜일 것이다. 그 배움이 있어 사람들과 따뜻하게 포옹할 수도 있었고 다정하게 등을 쓰다듬어 줄 수도 있게 되었다는 고백일 것이다.
 
워킹맘으로 투사처럼 살아가는 내 딸들은 종종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유리 천정의 실재를 느끼게 될 때 한없이 작아진다고 한다. 너무 높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느껴질 때의 낙심을 토로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어떤 사회적 보호 장치에 기대기보다 헤딩을 잘할 수 있는 튼튼한 머리를 갖는 게 관건이라고 말하곤 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좀은 나아진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꿋꿋할 때 조금은 달라지리라는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떤 악조건의 환경일지라도 아주 조금씩일지라도 진화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현재 상황이 불합리하더라도 결코 실망할 일만은 않은 것이 이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차별과 편견은 있었다. 맞장을 뜰 용기와 담력으로 삶을 배워 나간다면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고 믿고 싶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몸으로 배워가고 있는 학습현장이다. 충돌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그 모든 것들을 겪으면서 사람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게 되니까 말이다. 악을 겪으면서 선을 배우게 되고 음지를 통해 양지를 알게도 되니 말이다.
 
마야 안젤루는(1928~2014) 유색인종의 차별이 유난히 심하던 시대를 꿋꿋하게 견디며 선구적으로 살아온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민권운동가이다. 토니 모리슨,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조폐국은 마야 안젤루의 이미지가 새겨진 25센트 동전을 만들어 그녀를 기리고 있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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