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경이(驚異)로운 일
지난 크리스마스에 며느리로부터 책 두권을 선물로 받았다! 그 하나는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과 또 하나는 박완서의 ‘노란집’이다. 박완서의 ‘노란집’은 지금까지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로 작가 박완서가 가장 애착을 가지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공간, 아치울의노란집에서 태어난 짤막한 미발표 소설들과 인생의 깊이와 자연의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산문들로 맏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의 유작들을 모아 책을 출간한 것이다.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TV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14년에 걸쳐 자신의 삶을 풀어낸 그녀가 직접 쓴 유일한 책이다. 가난과 인종차별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인간에 대한 공감과 진실한 소통으로 인생에서 깨달은 삶의 진실을 들려준다.
팔십 평생 지난 나의 삶을 둘러보면 책 속에 파묻혀 고전, 문학 전집 등을 섭렵하던 시절도 있었고, 1960년도 중반에 미국에 도착해 아이들 키우며 바쁘게 지내느라 한참을 잊고 지낸 ‘책 읽기’를 1980년도 이르러 새로 눈뜨기 시작했을 때 맨해튼 ‘고려서적’은 참으로 내 영혼의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주던 낭만의 곳이었다.
나는 가끔 조지아 둘째 딸네 집에서 18년을 살다가 떠난 딸의 애견 charlee를 생각한다. 어느 날, 딸은 나에게 “엄마! 나는 charlee가하루만이라도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딸은 얼마나 그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기에 이런 말이 나오나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래 네 마음을 잘 알겠다… charlee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수밖에…” 하던 말을 기억한다.
나는 요즈음 새삼스럽게 세상을 보는 눈이 참 경이롭다고 느낀다.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은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실은 가까운 부부지간, 자식. 친구, 친지들도 잘 모른다. 어쩌면 나 자신도 내가 모를 때가 많은데 하며 위로한다.
딸이 charlee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밖에 없듯이 우리 인간은 사람들의 책을 통해 그나마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 경이로운 경지를 조금은 아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의 책에서 기쁨, 회생력, 교감, 감사, 가능성, 경외, 명확함, 힘이라는 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의 인생에서 깨달은 삶의 진실을 들려준다. 그는 지난날을 회고하며 ‘독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사용법’이라며 독서는 우리의 존재를 열어주며 우리가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준다고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통해 놀라움과 불가사의를 맛볼 수 있으며 종이 위에서 살아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느끼는 유대감은 나 자신을 더 잘 파악하게 되고 통찰력과 유용한 정보 지식과 영감의 힘을 얻게 되니 이제부터라도 더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올해 계묘년(2023)의 나의 소망이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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