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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고유명사와 보통명사

세상의 모든 말은 사실상 다의어(多義語)입니다. 하나의 의미만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때 예외로 드는 것이 바로 고유명사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고유명사이니까 고유명사가 다양한 뜻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고유명사는 대부분 구체적입니다. 추상적인 것이 고유명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구체적이어도 하나 이상이 있다면 보통명사가 됩니다. 돌도, 나무, 새도 보통명사입니다. 단 하나여야 합니다.
 
 고유명사는 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습니다. 그런 대상에 붙인 이름이 주로 고유명사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사람의 이름을 들 수 있습니다. 즉 ‘조현용’이라는 제 이름은 고유명사입니다. 같은 이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사람과 제가 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고유명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동명이인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리는 같지만 의미가 다른 겁니다. 이름은 같지만 다른 사람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모든 고유명사가 관점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저 ‘조현용’은 내가 보는 조현용과 남들이 보는 조현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부모님이 보는 저와 자식들이 보는 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보는 저도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다릅니다. 방금 전의 나도 지금의 내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내일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나라는 고유명사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슬플 때나 기쁠 때,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그저 아무 일 없을 때나 고유명사인 나는 변화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고유명사인 나도 다의어입니다. 고유명사인 내가 다의어라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물론 나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가리키는 말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모님께 나를 이야기할 때와 자식에게 나를 이야기할 때, 제자나 친구에게 나를 이야기할 때는 가리키는 말이 모두 달라집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나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그렇다고 저의 이름을 다의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변화하고 있지만 ‘나’라는 정체성이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핵심, 중심에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저 주변의 의미만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고유함 속에서 달라짐을 발견하는 것은 나를 제대로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나무와 새 같은 보통명사도 사실은 모두 고유명사라는 점입니다. 나무가 여럿인 것은 맞지만 모두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가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말임은 맞지만 새는 모두 다른 새입니다. 종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두 나름의 가치를 가진 존재입니다. 사람이라는 말도 보통명사이지만 고유명사입니다.  
 
 보통명사를 볼 때는 고유명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하나로 취급하지 않고 개성을 살피는 겁니다. 다 다르다는 것은 깨달음을 줍니다. 그리고 고유명사를 볼 때는 보통명사의 관점을 갖는 겁니다. 서로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용어는 때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의 연결을 만납니다.  
 
끝으로 고유명사가 보통명사요,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라는 말에서 신라 의상대사의 법성게에서 이야기한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의 구절이 떠오릅니다. ‘하나 속에 일체가 있고 많은 것 속에 하나가 있다. 하나가 곧 일체이고 많은 것이 곧 하나이다.’ 어렵지만 묘한 이어짐을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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