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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다음날’, ‘다음 날’

설레는 소개팅을 마치고 헤어지며 상대에게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면 다시 만나자는 걸까, 퇴짜를 맞은 걸까. “오늘 반가웠습니다. 다음날 만나면 식사해요.” 이 경우 퇴짜를 맞았을 확률이 높다. 여기에서 말한 ‘다음날’은 이야기한 날의 바로 다음 날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어떤 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메시지는 예의상 한 빈말로 볼 수 있다.
 
‘다음 날’과 ‘다음날’은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혹시 다음날 보게 되면 안부나 전해 주세요”에서와 같이 막연한 미래를 가리킬 때에는 ‘다음’과 ‘날’이 만나 만들어진 합성어 ‘다음날’을 써야 한다. 준말로 ‘담날’을 쓰기도 한다. “담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다음’과 ‘날’을 띄어 쓸 경우에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이번 어린이날(5일)은 다음 날(6일)이 주말이어서 2박3일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다”에서와 같이 말하고 있는 날의 바로 다음 날을 의미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첫날 밤’과 ‘첫날밤’도 띄어쓰기 하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날을 지칭하게 된다. “첫날 밤/첫날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의 경우 ‘첫날밤’과 같이 붙여 쓰면 신랑과 신부가 결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초야(初夜)’를 의미하게 된다.  
 
‘첫날 밤’과 같이 띄어 쓰면 말 그대로 ‘첫날의 밤’을 의미하게 된다.  “이사 온 첫날 밤은 너무 기뻐서 잠이 오지 않았다”와 같이 쓰인다.
 
동일한 철자를 쓰는데도 이렇게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이유는 무얼까. ‘다음날’과 ‘첫날밤’ 모두 원래 지니고 있던 의미가 완전히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독립된 하나의 단어로 인정됐으므로 붙여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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