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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성장률 -0.4%…움츠린 소비에 2년반만에 뒷걸음질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다. 물가가 치솟고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자 수출에 이어 민간 소비가 얼어붙으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올 하반기 이후 성장률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 급랭에 수출 부진의 여파가 이어지며 올해 성장률은 정부가 전망한 1.6%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4%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2.6% 성장했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상반기 (1분기 -1.3%, 2분기 -3.0%) 이후 10분기 만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4분기 역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자 보복소비에 나섰던 소비자들이 고물가ㆍ고금리 충격에 다시 지갑을 닫으면서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며 이사 수요가 줄자 가전제품 등의 구매도 줄었고, 10~11월 기온이 예상보다 높았던 탓에 겨울 의류 소비도 줄었다. 그 결과 2분기(2.9%)와 3분기(1.7%)에 살아나는 듯 했던 민간소비는 다시 뒷걸음질(-0.4%) 쳤다.

수출 부진도 성장률을 계속 갉아먹었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은 5.8% 감소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를 기록했다. 원유 등 수입이 4.6% 줄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반도체 등 주요품목 수출이 5.8%나 감소한 탓이다.

설비투자도 2.3% 늘어나는 데 그쳐 3분기(7.9%) 대비 증가 폭이 크게 감소했다. 그나마 늘어난 재정 지출이 추가 하락을 막았다. 지난해 4분기 정부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2% 증가했다. 3분기(0.1%) 대비 증가 폭이 늘면서 성장에 0.6%포인트 기여했다.

GDP 감소에도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1% 증가했다. 유가 하락에 교역 조건이 3분기 만에 개선된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실질 GDI는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실질 GDI는 2019년 0.1% 감소한 뒤 2020년(0.0%) 제자리걸음을 했고, 2021년에는 3.1% 증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성장 전망도 안갯속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금 상황으론 1분기 성장률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펜트업(pent-upㆍ수요 분출)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지, 물가상승과 금리부담, 수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많이 좌우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상저하고'를 예상한다. 상반기에 최대한 성장률을 방어한 뒤 하반기 반등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작년 4분기 GDP가 -0.4%의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대외의존도가 높은 주요 국가(-1.1%)보다는 역성장 폭이 작은 수준”이라며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이나 투자은행(IB) 등에선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이달 초 기준 주요 IB 9곳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 수준이다. 정부 전망치인 1.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상저하고’를 말하지만 유럽, 미국 등 주요 소비시장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경우 반도체 등 수출이 좋아질 거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며 “수출과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경희(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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