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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까지 한벌도 못 팔았아요"…북극한파에 거리 서성인 상인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군복골목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최선을 기자

“오늘은 너무 추워서 손님들이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오후 3시까지 한 벌도 못 팔아 개시를 못 하고 있네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강희(49)씨는 추운 날씨에도 가게 앞을 서성거렸다. ‘역대급 한파’에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거리는 한산했다. 롱패딩·털모자·귀마개·장갑으로 중무장한 이씨는 “가게 안에 앉아 있으면 손님이 눈길을 주지 않는다. 밖에 나와 있는 게 낫다”며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경기침체를 실감 중인데 이제 강추위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특히 노점은 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 안에서 군복·군화·담요·침낭 등 각종 군인 용품을 판매하는 ‘군복골목’은 이날 30여 개 가게 중 단 5곳만 문을 열었다. 근처 상인들은 “설 연휴 직후인 데다 날도 춥다고 하니 (상인이) 안 나왔나 보다” “우리도 그만 접고 들어가야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골목 안에서 난로도 없이 손님을 기다리던 70대 할머니는 “난방 기구는 불 날 위험이 있어서 못 쓴다”며 “내의를 여러 겹 껴입고, 핫팩으로 버틴다”고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로 중장년층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기 때문에 날씨가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강희씨는 “자녀들이 이런 날씨엔 밖에 나가지 말라고 부모를 말리지 않겠나”라며 “추운 날에는 당장 꼭 사야 할 게 없으면 어르신들이 안 오셔서 시장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양말가게의 정모(72)씨는 “시장 사람들이 웬만한 추위에는 단련돼 있지만, 오늘은 여기서 20여 년 일하는 동안 가장 추운 것 같다”며 “가게 안에서 5분 몸을 녹이고 1시간가량 밖에 서 있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가 잘될 때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가량 나오는데, 오늘은 10만원어치도 못 팔았다”고 덧붙였다.

전통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와 외국인 관광객 급감, 경기 침체에 강추위까지 겹쳐 ‘4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남대문시장 전체 점포 5126개 중 991개(19.3%)는 비어 있는 상태다. 남대문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영향으로 손님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연말부터 다시 침체한 분위기”라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만 명에 육박했으나 이달에는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추운 날씨에 롱패딩으로 무장한 손님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상인들은 설을 앞두고도 ‘명절 대목’은 없었다며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자가게 주인 심정일(46)씨는 “예전에는 명절에 고향 가는 손님들이 남대문시장에서 옷 선물을 많이 사 갔는데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해 대목이 없어졌다”며 “손님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주차공간을 정비하고 주차비를 낮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는 남대문시장 시설 현대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약 31억원을 들여 아케이드 지붕을 설치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달 공개한 ‘전통시장 점포경영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 내 빈 점포 비율은 2020년 8.6%에서 2021년 9.4%로 증가했다. 시장 상인 수는 2020년 32만5492명에서 2021년 32만4779명으로 713명 감소했다. 점포당 일평균 고객 수는 2019년 41.9명→36.4명(2020년)→36.2명(2021년)으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강추위에 오가는 손님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최선을 기자

정동식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최근 강추위에 손님도 줄어들었는데 갑자기 오른 전기요금·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는 시장 상인들이 많다”며 “당장은 할인 행사와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귀성 서울상인연합회장은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시장 홍보, 편의시설 확충, 안전 점검에 힘을 쏟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깨끗하고 편하고 안전한 곳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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