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퐁에 담가 씻으면 됐지"…거무죽죽해진 '어묵 꼬치' 논쟁

“찝찝하면 여기 깨끗한 다른 꼬치로 드세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분식 노점상에서 “어묵 꼬치를 재사용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 상인은 어묵 꼬치 20여개가 담겨 있는 국물 통에서 거무죽죽하게 변한 어묵 꼬치를 구석으로 밀며 비교적 새것처럼 보이는 꼬치를 내밀었다. 그는 “사용한 꼬치는 그 자리에서 절대 또 쓰지 않고 깨끗하게 세척해서 재사용하기 때문에 위생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재사용 어묵 꼬치…“찜찜” “어쩔 수 없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비용 문제나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환경 문제로 꼬치 재사용은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포장마차 거리에서 어묵을 파는 노점상 5곳에 꼬치 재사용 여부를 물었더니 모두 “어묵 꼬치를 재사용한다”고 답했다. 이 일대 어묵 꼬치는 1개당 1000원에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어묵 꼬치로는 보통 40㎝ 중국산 대나무 꼬치가 사용되는데, 개당 20~40원(100개 묶음당 2000~4000원) 정도라고 한다. 노점상 상인 70대 A씨는 “꼬치를 언제 산 지 기억이 잘 안 난다"라며 “퐁퐁(세척제)에 담가 씻고, 잘 말려 쓰니 더럽진 않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씻고 말려서 계속 쓰고 있다”며 “가격도 문제지만 나무 꼬치를 한번 쓰고 버린다면 환경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자영업자 항의 서한도…‘전국 1호’ 가게 나올까

관내 자영업자들은 조례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세척·살균에 대한 식약처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영세 상인들에게 무조건 재사용을 금지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는 식품접객업소만 대상으로 해 위생 우려가 큰 노점상은 해당이 안 된다는 맹점도 있다. 강서구 위생관리과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현장 설명에 나선 상태다. 김 의원은 “항의 서한까지 받을 정도로 자영업자 반발이 크지만, 주민 반응은 매우 우호적”이라며 “나무 꼬치를 재사용하지 않는 전국 최초 업소를 우선 발굴해 인증 스티커를 발부하고, 꼬치의 쓰레기 처리를 돕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위한 방향으로 제도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소비자 위생 관념이 달라진 시점에서 변화는 필요하다”라며 “비위생적인 식품 판매 현장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고 소독 기구를 가게에 지원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는 “100℃ 물에 끓이면 병원균은 다 멸균돼 혹시나 하는 걱정은 불필요하다”라면서도 “안전한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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