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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에 담가 씻으면 됐지"…거무죽죽해진 '어묵 꼬치' 논쟁

 25일 서울의 한 분식집에서 판매 중인 어묵꼬치.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꼬치에 쓰는 목재류 재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채혜선 기자
“찝찝하면 여기 깨끗한 다른 꼬치로 드세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분식 노점상에서 “어묵 꼬치를 재사용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 상인은 어묵 꼬치 20여개가 담겨 있는 국물 통에서 거무죽죽하게 변한 어묵 꼬치를 구석으로 밀며 비교적 새것처럼 보이는 꼬치를 내밀었다. 그는 “사용한 꼬치는 그 자리에서 절대 또 쓰지 않고 깨끗하게 세척해서 재사용하기 때문에 위생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재사용 어묵 꼬치…“찜찜” “어쩔 수 없다”
대표적인 겨울철 길거리 간식거리로 꼽히는 꼬치 어묵의 나무 꼬치는 일회용품일까 아닐까. 최근 서울 강서구가 ‘어묵 꼬치 등 꼬치 목재류 재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제정하면서 어묵 꼬치 재사용 논쟁이 불붙었다. 강서구의 조례는 지난해 11월 첫 발의 땐 꼬치 재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을 담았으나 구의회 논의 과정에서 꼬치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한번 쓴 꼬치는 가급적 폐기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완화됐다. 조례 추진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 후 세척·살균하는 등 항상 청결하게 유지·관리된 꼬치 목재류는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꼬치 목재류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서울 한 분식집에서 사용한 어묵 꼬치를 모아 둔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독자 제공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대체로 “나무 꼬치를 재사용해선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임모(50·서울 서대문구)씨는 “나무젓가락은 다시 쓰지 않는데, 나무로 만든 어묵 꼬치는 재사용해서 되겠느냐"며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와중에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30대 교사 신모씨는 “아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거리일수록 위생에 주의해야 하는데, 꼬치를 재사용한다니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역 맘 카페마다 강서구 조례 제정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동네에도 이런 규정이 필요하다” “재사용 안 하는 동네 가게를 알려 달라”는 글이 줄 잇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비용 문제나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환경 문제로 꼬치 재사용은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포장마차 거리에서 어묵을 파는 노점상 5곳에 꼬치 재사용 여부를 물었더니 모두 “어묵 꼬치를 재사용한다”고 답했다. 이 일대 어묵 꼬치는 1개당 1000원에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어묵 꼬치로는 보통 40㎝ 중국산 대나무 꼬치가 사용되는데, 개당 20~40원(100개 묶음당 2000~4000원) 정도라고 한다. 노점상 상인 70대 A씨는 “꼬치를 언제 산 지 기억이 잘 안 난다"라며 “퐁퐁(세척제)에 담가 씻고, 잘 말려 쓰니 더럽진 않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씻고 말려서 계속 쓰고 있다”며 “가격도 문제지만 나무 꼬치를 한번 쓰고 버린다면 환경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자영업자 항의 서한도…‘전국 1호’ 가게 나올까
서울 강서구청. 연합뉴스
지난달 말 재사용 제한 조례가 처음 시행된 강서구 사정은 어떨까. 김지수 강서구의원은 지난해 11월 관내 전통시장을 찾았다가 “시장에서 어묵 사 먹지 말라. 그거 먹고 병원에 실려 갔다”는 한 시민의 사연을 듣고 조례를 발의했다. 김 의원이 살펴봤더니 일부 업소는 끝이 까맣게 변할 만큼 오래된 어묵 꼬치를 사용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시민의 하소연을 듣고 현장을 돌아보니 반드시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코로나19를 거치며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관내 자영업자들은 조례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세척·살균에 대한 식약처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영세 상인들에게 무조건 재사용을 금지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는 식품접객업소만 대상으로 해 위생 우려가 큰 노점상은 해당이 안 된다는 맹점도 있다. 강서구 위생관리과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현장 설명에 나선 상태다. 김 의원은 “항의 서한까지 받을 정도로 자영업자 반발이 크지만, 주민 반응은 매우 우호적”이라며 “나무 꼬치를 재사용하지 않는 전국 최초 업소를 우선 발굴해 인증 스티커를 발부하고, 꼬치의 쓰레기 처리를 돕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위한 방향으로 제도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소비자 위생 관념이 달라진 시점에서 변화는 필요하다”라며 “비위생적인 식품 판매 현장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고 소독 기구를 가게에 지원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는 “100℃ 물에 끓이면 병원균은 다 멸균돼 혹시나 하는 걱정은 불필요하다”라면서도 “안전한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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