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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2조' 가루쌀에 직불금 준다는데…만만찮은 장애물 둘

가루쌀로 만든 잡곡빵. 농림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딸을 둔 김모(41)씨는 동네 빵집을 지나칠 때마다 고민이다. 병원에선 “밀가루 음식부터 피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빵을 좋아하는 딸을 못 이기고 빵집에 들르곤 한다. 빵뿐 아니라 피자·짜장면같이 수입산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다 피해야 해서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김씨는 “어떻게든 밀가루 음식 대신 떡이나 쌀빵처럼 쌀로 만든 간식을 먹이려고 하는 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가루쌀’이 김씨처럼 수입산 밀가루 음식의 대체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기존 쌀 외에 가루쌀과 밀·콩 등 작물에도 직불금을 주는 내용의 ‘전략작물 직불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밥상용 벼(쌀)를 재배하던 농가가 겨울철에 밀·조사료(건초나 짚 같은 사료)를, 여름철에 가루쌀·콩을 이모작 할 경우 1헥타르(ha) 당 50만~4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가 ‘전략 작물’이란 용어까지 내걸어 보조금을 주기로 한 건 식량 안보가 위기라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치솟은 국제 곡물 가격이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2016년 54.1% 수준이었던 식량 자급률은 2021년 44.4%까지 떨어졌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전략작물 직불제를 통해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농산물을 국산으로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편한 직불제의 핵심은 가루쌀이다. 일반 쌀을 밥이 아닌 빵·면의 원료로 쓰려면 가루로 빻기 전 물에 불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쌀가루 1t을 생산하려면 물 5t이 들어간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쌀을 가공용으로 선호하지 않은 이유다. 반면 가루쌀은 물에 불리지 않고도 가루로 빻을 수 있는 가공용 쌀이다. 멥쌀과 밀의 중간 성질을 띤 품종으로 개량해 쌀의 단점을 보완했다. 밥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밥쌀 시장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농가 입장에선 밀 수확이 끝난 6월 말 7월 초에 가루쌀 벼를 심어 이모작을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밀과 달리 ‘글루텐 프리’란 점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쌀 공급 과잉, 쌀 소비량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2016년 농촌진흥청장 시절 개발한 가루쌀에 대해 “신의 선물”이라며 애착을 보여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의 가루쌀 농가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농림부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가루쌀이 주목받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반 벼는 못자리를 4월에 냈다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할 수 있다. 반면 가루쌀은 6월 중순 이후 못자리를 내기 때문에 1년에 기회가 한 번뿐이다. 실패하면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확한 직후 3일 이내에 수분이 14% 수준 이하로 내려가도록 건조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수입산 밀 대비 우리 밀 가격은 최대 2배 수준이다. 쌀은 우리 밀보다, 가루쌀은 쌀보다도 비싸다. 생산한 가루쌀을 빵·과자·라면 등을 만드는 식품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지가 성공의 관건이란 얘기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가루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었지만 결국 원료 가격이 밀가루보다 너무 높고 맛도 떨어져 경쟁에서 뒤졌다”며 “초기인 만큼 생산·유통·가공 과정 전반에서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소비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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