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공공요금 인상' 억누른 대가…난방비 쇼크는 이제 시작이다

25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뉴스1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이관희(45) 씨는 지난주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앞자리 숫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금껏 30만원을 넘긴 적이 없는데, 난방비가 급격히 오르며 이달엔 40만원 가까이 나왔다. 다음 달에도 '폭탄'이 떨어질까 두려워 난방기를 최소한으로 돌리고, 온 가족이 집에서도 옷을 껴입고 지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오래된 다가구 주택에 사는 회사원 신모(27)씨는 날이 추워지면서 난방비 부담이 피부로 느껴진다. 지난해 11월분 11만원이었던 난방비가 지난달엔 16만원으로 뛰었다. 그는 “사회 초년생이라 소득도 적은데 난방비 고지서를 보고 ‘미쳤나’ 싶었다. 비용 부담 때문에 평소 집에선 가운 입고 버티다가 손님이 올 때만 보일러를 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혹독한 추위 속에 날아든 난방비 고지서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란 것이다. 장기간 억눌러 온 가스·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이 앞으로도 줄줄이 오르면서 가계, 특히 서민 가구가 느끼는 부담은 계속 커질 예정이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난방비 쇼크 역시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다.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4ㆍ5ㆍ7ㆍ10월)에 걸쳐 1메가줄(MJ)당 5.47원 올랐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도 1년 새 37.8% 뛰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미 요금이 오른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가스·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는 난방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한겨울인 1월분 난방비 고지서가 오는 다음 달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보통 1월에 난방 수요 증가에 따라 열 판매량이 제일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의 직접적 배경은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글로벌 에너지 위기다. 2021년 3월 100만Btu(열량 단위)당 6.1달러 수준이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9월 그 10배 이상인 69.3달러까지 뛰었다. 지난해 국내 가스 수입액은 567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에너지 가격 급등이 본격적으로 공공요금에 반영되며 뒤늦게 쇼크를 일으키고 있다. 전 정부부터 적기에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미적거린 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가스요금은 2017년 3월부터 2020년 7월까지 5번 인상(MJ당 1.99원), 2번 인하(MJ당 -3.12원)되면서 사실상 가격이 내려갔다. 2020년 8월부터 2022년 3월까지도 요금 인상이 억제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2021년 하반기 이후 유가·가스 현물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 실제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9월 15.2달러, 12월 27.2달러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가스요금이 워낙 낮은 상황에서 에너지 위기가 갑자기 닥치면서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난방비 인상에도 국내 요금 부담은 여전히 주요국보다 낮다. 25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지난해 10월 우리나라의 주택용 가스요금 인상률은 38.5%이었다. 반면 영국(318%), 독일(292%), 미국(218%) 등은 세자릿수 인상 폭을 기록했다. 늦게 올린 만큼 앞으로 올려야 할 폭도 크다는 의미다.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건 가스공사 등 공기업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엔 9조원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은 가스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한 데 따른 일종의 영업손실 개념이다. 정부가 가스 수요가 많은 1분기 요금을 동결하면서 미수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를 통해 2026년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MJ당 10.4원을 올려야 3년 뒤 미수금이 '0'이 된다. 1년간 주택용 가스요금을 53% 가까이 올려야 하는 셈이다.

전기요금도 단계적 인상이 예정돼있다. 지난해 30조원을 넘긴 한국전력의 적자를 더는 방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올 1분기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오르면서 1981년 이후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다. 산업부가 산출한 올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kWh당 51.6원)의 25.4% 수준이다. 또한 원유·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가스ㆍ전기요금의 인상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도 힘들겠지만 향후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공기업 적자 누적으로 정전이 발생하거나 도시가스 공급이 끊어질 수도 있는 만큼 추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중교통 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는 4월부터 지하철·버스요금을 각각 300∼400원 인상하는 안을 놓고 내달 초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택시 기본요금도 다음 달부터 1000원 인상된다.

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받을 충격이다. 취약계층일수록 소득에서 차지하는 난방비 등의 비중이 커 공공요금 인상의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0만288원이었다. 가처분소득(84만7039원) 대비 비중은 11.8%에 달한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연료비는 16만6915원으로 가처분소득(846만9997원) 대비 비중은 2%에 그쳤다.

줄 잇는 공공요금 인상에 저소득층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원을 한시적으로라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저소득층, 독거노인 같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에너지바우처 금액을 늘리고 추위를 피할 쉼터 등을 제공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종훈.서지원.최서인(sakehoon@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