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엄마처럼 살고 싶다" 한국은 "엄마처럼 안 살겠다"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한·일 비교 일본 사회학자의 진단
"젊은 여성 '압축적 고학력화'…사회·직장 문화는 그대로"

2021년 국내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일본은 2005년 1.26명에서 소폭 올라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출산율 꼴찌였던 일본보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가 가파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사노 미사에 일본 이바라키대 현대사회학과 교수는 일본 대학 졸업 후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 15년 동안 살며 양국 상황을 비교했다. 지난해 서울대 일본연구소에서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원인은 어떻게 다른가’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의 출산율이 서서히 하락한 반면 한국은 급락했다. 출생아 수에서 한국과 일본은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25%정도 감소했다. 양국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은 57.2%나 준 데 비해 일본의 감소폭은 29.5%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사노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저출산 예산을 훨씬 많이 투입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사사노 교수는 젊은 여성의 ‘압축적 고학력화’와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에서 여성이 대학 이상 교육을 받은 비율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에서 큰 차이가 난다. 2020년 기준 국내 55~64세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은 18% 수준인데, 25~34세 여성은 77% 정도다. 한국 남성들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대학 교육 차이가 30% 포인트 정도인 반면 여성들은 60% 가까이나 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딸 세대의 고학력화가 이뤄진 것이다.

사사노 교수는 “한국 젊은 여성의 가치관 변화를 파악해야 출산율 급감 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내각부에서 5년마다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7개국 13~29세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비교 조사한 자료를 분석했다.
7개국 젊은이 가치관 조사했더니

결혼에 대한 가치 비교에서도 한국 여성의 차별화가 확인됐다.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국 여성이 가장 적었는데, 더 특이한 점은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을 한국 젊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골랐다. 사사노 교수는 “자녀 가치 항목에선 더 큰 변화가 포착됐는데, 젊은 한국 여성 사이에서 자녀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집단이 늘어난 반면 일본 젊은 여성 사이에서는 자녀 선호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질문에서 다른 나라의 경우 가족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한국에선 가족보다는 일과 사회, 나 자신 등을 고른 비율이 이전 조사 대비 크게 상승했다.
경제위기 때 남녀 모두 일자리 불안
여성의 고학력화에 따라 한국은 남녀 대학 진학률에서 차이가 없어졌지만, 일본은 여전히 아들의 대학 진학률이 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사사노 교수는 “한국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할당제 등을 도입한 데에서 보듯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나 여성 정책 수립 등이 활발하다”며 “한국 여성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혁명적 변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변화는 특정 여성 세대에서만 일어났을 뿐 나머지 기성 세대나 사회 및 직장 시스템은 뒤따라오지 못해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한국 젊은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룬다는 것이다. 저출산 관련 예산을 많이 투입하더라도 남녀 육아 분담이나 직장 내 젠더 평등적 문화 등이 서둘러 변하지 않으면 출산율 높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혼·출산? 경력부터 쌓은 뒤 고려"
대학 재학 중인 김모(22)씨도 “결혼할 생각이 있더라도 경력부터 쌓은 뒤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출산에서도 돌보는 문화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엄마가 고생한 것을 본 딸들은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출산 후 문제 없이 복귀할 수 있는 직장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사노 교수는 “탈물질주의가 진행되면서 출산율이 낮아졌던 서구와 달리 한국은 물질주의가 계속되는 와중에 출산 기피가 일어나는 현상을 보인다”며 “SNS 등의 영향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출산율 저하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탁(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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