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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유퀴즈?"에 "안합니다"…그 '사넬 미용실' 사라진다 [노트북을 열며]

전수진 투데이&피플팀장
오타 아니다.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서대문구 연희동의 명물 미용실, ‘사넬’ 얘기다.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 온 더 블록’에도 소개된 이곳. 퀴즈를 풀겠냐고 묻는 유씨에게 “안 합니다”라고 딱 잘라 거절한 호기로운 사장님은 연희동 대표 걸크러시.

토박이 할머니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사넬’은 단순 미용실이 아니다. 가파른 언덕길 위, 주민들이 애정을 담아 ‘우리 달동네’라고 부르는 곳에 자리했지만 매일 아침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머리엔 ‘구루뿌’를 말고 파마약 향기를 벗 삼아 여름이면 김치말이 국수, 겨울이면 귤, 설날이었던 지난 22일엔 떡국을 나눠 먹는 사랑방이다. 이곳이 곧, 사라진다.

연희동 명물 중 하나인 ‘사넬’ 미용실. 초록색 어닝 지붕이 있는 곳이다. 전수진 기자
복수의 동네 소식통들에 따르면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원한다면서 퇴거를 요청했다고 한다. 처음엔 월세 인상을 요구하던 건물주가 결국 노후화 등을 이유로 전면 리모델링을 결정했다고 한다. ‘소상공인을 쫓아내는 악덕 건물주’라는 공식이 그려지시는지. 이 글은 그런 단순명쾌한 비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삶이란 살아낼수록 복잡미묘하다. 건물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 건물의 준공연도는 약 반세기 이전.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를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헌법은 재산권을 보장한다. 모든 건물주와 집주인은 가진 자이며 기득권인가. 그렇지 않은 ‘생계형 집주인’ 역시 다수다.

출생의 비밀도, ‘김치 싸대기’ 막장도 없었지만 수작이었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대사.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중략)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XX일 수 있다.”

여의도를 봐도, 태평양 건너 워싱턴DC 의사당과 백악관을 봐도, 대부분의 주류 정치인은 귀는 막고 입만 열고 있다. 정치인만 탓할 것도 아니다. 상업주의 알고리즘에 판단력을 맡긴 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이들 역시 문제 아닐까.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뭐랬어”보다는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포용력은 아무래도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멸망한 23세기쯤에나 가능한 일인지. 설날을 지나 두 번째 새해를 맞는 지금, 가수 조니 미첼의 ‘양측 모두에서(Both Sides Now)’를 들어본다. “삶을 이젠 양면에서 보게 됐지. 이기고 지는 것, 그런데도 삶은 허상이야. 삶은 뭘까, 모르겠어.”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분노의 포로가 된 지 오래인 지금, 삶을 한 번 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선, 나부터.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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