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앞유리 녹이는데만 온수 4리터…'올스톱' 제주에 갇혔다 [영상]
지금 제주도에는 4만여 명의 발이 묶여 있다. 한파와 강풍, 대설로 항공‧선박 등 모든 교통편이 끊기면서다. 이들 대부분은 설 연휴를 제주에서 보내고 귀경하려던 사람들이다. 본지 김민상 기자가 현장에서 눈보라와 싸운 이야기를 보내왔다.
23일 오후 6시쯤 제주 귤 체험 농장에서 숙소로 이동 중이었다. 이때 날아온 문자 메서지 한 통이 모처럼의 가족 여행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대설로 인해 이튿날(24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항공권이 취소된다’는 통보였다.
여객선사는 “전화 불가” 안내 방송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백령~인천, 포항~울산, 군산~어청도 등 여객선 86개 항로 113척의 운항이 풍랑에 의해 통제됐다.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강풍특보와 급변풍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공항에서는 이날 국내선 466편(출발 233, 도착 233)과 국제선 10편(출발 5, 도착 5) 등 총 476편이 모두 결항했다.
항공권은 27일 오후 5시 돼야 예약 가능

아침 식사를 하러 숙소에서 400m가량 떨어진 식당으로 이동했다. 귀가 따가울 만큼 바람이 셌다. 2~3년마다 제주에 한 번씩 와봤지만 강원도 산간과 비슷한 추위를 느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제주의 낮 최고기온이 제주 영하 0.8도, 서귀포 영하 1.2도, 성산 영하 2도였다. 하지만 강풍 때문에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이하였다.
강풍 때문에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간단한 먹거리를 사 올 요량으로 5㎞쯤 떨어진 편의점에 전화를 걸었다. “시내에는 차가 가끔 지나다닌다”는 말을 듣고 혼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일단 시동 걸기부터 난제였다. 차량 앞문은 눈이 쌓인 데다, 이마저도 단단히 얼어 1.5L 물통에 온수를 담아 세 번은 씻어내야 했다. 차량 주변을 모두 보여 주는 어라운드 뷰 기능은 카메라에 눈이 엉켜 절반밖에 쓰지 못했다. 센서에 이물질이 끼었으니 제거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모니터에 떴다.

시속 5~10㎞나 될까. 거북이 주행으로 편의점에 가까스로 도착해보니 주변에는 시내버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편의점 직원은 “산 주변 눈길 주행은 위험하니 주의하라”고 일러줬다.
임시편 투입…25일도 공항 혼잡 예상
한국공항공사는 25일부터 국내선 임시편 38편(출발 21, 도착 17)을 추가 투입돼 결항편 승객들을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날이 풀리기를 실낱같이 기대하던 여행객 4만여 명이 이날 모두 제주를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25일 제주공항은 더욱 극심한 혼잡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상(kim.minsang@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