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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입니다!” 오일 교환을 위해 찾았던 정비소에서 일제 중형차인 내 차의 상태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나는 변호사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벤츠를 뽑았었다. ‘변호사가 되었으니 이 정도는 타줘야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리스로 뽑은 벤츠는 왠지 맞지 않는 옷 같았다. 벤츠 리스가 끝난 후 이번에는 렉서스를 리스했다. 보험은 풀 커버리지로 가입해야 했고  개스비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렉서스 리스를 고집했다. 지금 계산에 보면 집 한 채 장만할 돈은 아니지만, 다운페이 정도는 길에 뿌리고 다닌 셈이다.
 
한인 교회 주차장에 즐비한 고급 차들을 보면서, 나는 한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성공해서 좋은 차를 몰고 다닌다고 자랑스러워 했었다. 나도 빨리 성공해서 학자금 융자도 갚고 좋은 집, 좋은 차도 사야지….
 
그런데  이혼하려는 부부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혼을 위해 사무실을 찾아온 고객들은 대부분 럭셔리카를 몰고 왔다. 집은 없어도 차는 좋은 경우도 많았다. 이들에게 굳이 럭셔리카를 구입한 이유를 물어보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는 답이 많았다.  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교회당으로 들어가며 만나는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차는 일단 좋은 것으로 뽑고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생활은 이상하게 많이 벌어도 항상 돈이 부족하다. 기본 생활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차량에 들어가는 비용은 집 페이먼트 다음으로 많다.  
 
차는 미국에서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다. 그렇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굳이 비싼 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한인들은 이상하게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누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가 이야기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허상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많은 한인이 그야말로 벼랑 끝의 삶(Living on the Verge)을 사는 듯하다.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차량 비용으로 경제적으로 여유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파산으로 가게 된다. 경제적 스트레스에 지친 맞벌이 부부는 쉽게 가정폭력에 연루되기도 한다. 이는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시어머니 용돈으로 남편은 300달러, 아내는 200달러를 주장하며 다투다 급기야 이혼하겠다며 사무실을 찾아온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부의 차가 남편은 테슬라, 아내는 렉서스였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차에 대한 내 생각도 달라졌다. 그리고 변호사 되기 전 타고 다녔던 차를 떠올렸다. 너무 마음 편하고 잔고장도 없던 차였다. 그리고 렉서스 리스가 끝나자마자 과감하게 그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최근 차 페이먼트를 끝냈다. 자연히 보험료도 내려갔다.  너무 감사하고 마음 편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나의 차여, 제발 멈추지 말아다오.
 
‘만족할 줄 아는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 (딤전 6:6)  

이서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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