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주식으로 다 날렸대요"…자녀 세뱃돈 투자 폭망, 올해는
이모(40)씨는 지난해 첫째 아들 이름으로 테슬라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에게 주변 친척들이 평소보다 많은 세뱃돈을 챙겨주자, 자신의 여유 자금까지 보태 주식 투자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중국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테슬라 주가는 최근 이씨가 산 가격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씨는 “장기투자를 한다는 생각이지만, 아들이 가끔 ‘아빠 내 테슬라 주식은 많이 올랐어?’라고 물어보면 뜨끔하다”면서 “요즘은 그냥 예금만 넣어도 5% 이상 준다는데, 괜히 아들 돈까지 손대 후회가 된다”고 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설 직후 세뱃돈으로 한국 주식을 샀다면 코스피 지수 기준 약 11% 손해를 봤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샀던 미국 주식은 S&P500 기준으로 약 12%, 나스닥 기준으로는 약 23%가량 주가가 내려갔다. 이 같은 하락률은 지수 기준이기 때문에 개별 종목으로 하면 더 많은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암호 화폐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2월 가격과 비교해 약 45%가량 빠졌다.
이런 영향 탓인지 올해에는 세뱃돈을 좀 더 안전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제 19일 한화생명이 임직원 2096명을 대상으로 ‘세뱃돈을 관리한다면, 선호 금융상품은?’이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예·적금(72.3%)으로 대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식 및 채권 같은 직접투자는 14.7%, 그다음이 보험(5.8%)·간접투자(5.7%) 순이었다.
다만 모든 자산가격이 폭락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괜찮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투자처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채권과 금 같은 비주식 자산에도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단계인 만큼, 금리가 떨어지면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는 채권 투자가 유망할 수 있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 대체 자산인 금 투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이 두 자산의 가격이 많이 상승한 만큼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정성진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채권은 지난해 10월 저점을 찍고 가격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지금은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차익 실현 구간”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어서,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자금이 있다면 안전한 채권에 투자해 볼 만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만기가 가급적 긴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좀 더 낫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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