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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때문에 죽겠습니다, 3만원권 만들면 안되나요?

물가 올라 설 쇠기 부담되는 직장인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는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다. 20일 서울역에서는 귀성객이 선물을 들고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글쎄요, 70만원? 100만원?”

40·50대 직장인들에게 물어봤다. 명절 연휴 때 지출이 얼마였냐고. 그들은 여태 정확히 계산해 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물음표로 답했다. 이번 설 연휴 고향 전남 보성에 다녀온다는 임동균(52·경기 성남)씨는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솔찬히 든다”고 했고, 부산이 고향인 심모(46·서울 동대문구)씨는 “생각보다 억수로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본가가 수원인 신모(53·경기 고양)씨는 “줄일 건 줄여서 다른 사람에 비해 적게 쓰는 것 같다”며 손가락으로 세며 액수를 가늠해 봤다.

오늘부터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는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가 시작된다. 차례 비용, 유류비, 부모님 용돈, 세뱃돈, 친인척 선물값 등 지갑 열 일이 많다. 한해 소비자물가 5.1%가 뛴 채 처음 맞는 명절, 직장인은 얼마나 쓰는가. 각종 통계와 여론조사를 통해 그 액수를 살펴본다. ‘하나하나 챙기는’ 김용주(46·경기도 고양) 과장과 ‘줄일 건 줄이는’ 김영철(44·서울 서초구) 부장과 함께다. 설 씀씀이는 지난 한 해 물가 추이를 반영하면서 올해 물가의 풍향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례상

“와! 비싸다.”

18일 오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용주씨가 아내와 함께 차례상 장을 보러 나왔다. 용주씨가 놀란 건 시금치 가격 때문. 400g에 3220원이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시금치 1㎏ 소매가격은 7899원으로 1년 새 14% 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호박전(애호박 1개 2425원, 4.3% 상승), 갈비찜(소갈비 100g 8372원, 0.7% 상승)이 걱정됐지만, 가격은 1년 전보다 소폭 인상됐다. 사과(후지 10개 2만6953원, 0.5% 상승)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점은 이번 설 차례상 예상 비용에도 반영됐다. 한국물가정보는 전통시장에서 살 경우 25만4500원(지난해 설날 대비 4.1% 상승), 대형마트에서는 35만9740원(2.1% 상승)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전통시장 27만4431원(3.3% 상승), 대형마트 34만6088원(3.1% 하락)으로 내다봤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은 대체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밀가루와 약과·청주 등 가공식품은 원재료 수입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용주씨가 이날 마트에서 계산한 금액은 35만원이었다.

“차례 대신 식사를 하죠.”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영철씨는 장손이지만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닥친 2년 전 설에 부모 형제와 상의해 결정했다. 대신 가족 10여 명이 모여 식사를 한다. 그는 “차례상 비용이 들지 않지만, 식사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외식물가가 상승률은 7.7%로 1992년 10.3% 이래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통계청).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8대 외식 품목 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10.9% 올랐다. 자장면 한 그릇은 6569원으로 15.4%나 올라 상승폭 1위를 차지했다. 삼겹살 1인분은 1만9031원. 1년 새 2134원(12.6%) 폭등했다. 냉면 8.6%(1만577원), 비빔밥 8.4%(9923원)가 오르며 직장인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본격화됐다.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 연중 물가상승률 5.1%에 비해 적게 오른 이유는 이런 외식비와 새탁료·숙박비 등 개인서비스 비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영철씨는 “명절이라고 고깃집이라도 가니, 한 끼 25만원 정도 쓴다”며 “그래도 차례상 차리는 수고를 더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차량 기름값

용주씨는 이번 설 귀성 때 승용차를 이용하겠다는 91.7%(한국교통연구원 1만2020세대 조사, 버스 3.8%, 철도 3%, 항공 1.1% 이용) 중 한 명이다.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귀성·귀경 총 이동 인원은 2648만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설보다 22.7% 늘었다. 용주씨는 22일 이른 아침에 차례를 지낸 뒤 부모님을 뵈러 경북 영주까지 내려간다. 처가가 있는 김천을 들러 다시 고양시에 돌아오면 장장 600㎞에 이른다. 이미 자신의 산타페 차량에 경유를 가득 채웠다.

지난해 설날 연휴 기간(1월 29일~2월 2일) 평균 기름값은 휘발유가ℓ당 1666원, 경유가 1484원이었다. 지난 16일 현재 휘발유는 1560원, 경유는 1666원이다. 1년 새 각각 6.4% 인하, 12.3% 인상됐다. 통상 더 싸다고 알려진 경유가 오히려 휘발유보다 비싸지게 된 상황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영주씨 같은 경유차 운전자들이 뿔났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선 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6월 30일 유류가격이 최고점(휘발유 2145원, 경유 2168원)을 찍는 등 물가 비상이 걸린 정부는 잇단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유류세가 휘발유보다 적은 경유는 세금을 낮춰도 휘발유보다 가격 인하 폭이 적다”면서 “게다가 최근 국내외로 경유 소비가 늘면서 재고가 많아진 휘발유는 가격을 내리고, 경유는 올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통연구원은 설 연휴 기간에 세대별 교통비용이 약 24만7000원으로 지난해 설(15만2000원)보다 10만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타페 경유 차량을 모는 용주씨는 600㎞에 이르는 귀성·귀경 시 차량 유류비로 20만원을 잡았다. 경유 가격인상률 12.3%를 고려해 지난해 18만원에서 2만원 올린 금액이다.

반면 영철씨는 설 연휴 기간 텅 빈 서울에서 식구들과 북한산 등산과 경복궁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그는 “기름값은 5만원이면 되겠지만, 밤에 택시 탈 일은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는 지난 12월 심야 기준을 오후 10시로 2시간 당기면서 심야할증 요금을 46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렸다. 설 직후인 다음 달 1일부터는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요금을 다시 올린다.

#부모님 용돈, 세뱃돈

18일 경기도 고양의 대형마트에서는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홍준 기자
“명절마다 가장 고민됩니다.”

용주씨와 영철씨는 같은 말을 했다. 부모님 용돈과 세뱃돈(사람인 1633명 조사, 52.7% “명절 용돈,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 얘기다. 한화그룹이 지난 9일 임직원 2096명을 조사한 결과, 명절 부모님 용돈으로 30만원(36.2%)을 드린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만원(26.6%), 50만원(23.5%)이 뒤를 따랐다. 용주씨와 영철씨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각각 양가 부모님 용돈으로 40만원과 60만원을 챙겼다.

‘경조사비 국룰(국민 룰)’ 3만원·5만원·10만원이 있듯, 세뱃돈도 3·5·10 국룰이 생겼다. 초등학생 이하 3만원, 중학생 5만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 10만원이라는 것.

물가가 오르니 세뱃돈도 인플레이션 양상이다. 12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남녀 6044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적당한 세뱃돈 금액’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43%가 ‘5만원’으로 답했다. 가장 많은 응답이다. 2위(29%) 답변은 다소 의외다. ‘안주고 안 받기’다. ‘1만원’이 3위(15%), ‘10만원’이 4위(10%)였다. ‘세뱃돈=5만원’ 국룰이 본격화한 때는 5만원권(일명 신사임당)이 발행된 2009년 이후다. 5만원권은 수표와 ‘배춧잎’(1만원권)의 존재감을 흐리게 했다. 경조사비와 세뱃돈의 단위를 크게 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일각에서 “3만원권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10년 전 1·3·5(초등생 1만원, 중학생 3만원, 고등학생·대학생 5만원) 흐름이었던 세뱃돈도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았다”며 “적게 내면 오히려 껄끄러운 체면 문화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 평론가는 또 “청소년이 소비할 수 있는 공연·패션·게임·전자기기 등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설날에 나눌 정(情)의 징표가 돈이라니…(용주씨).” “카톡 송금보다 현찰을 좋아한다는 말까지 하더라(영철씨).” 이렇게 둘은 적지 않은 부담을 말 속에 감추고 각각 세뱃돈 20만원(자녀 2명, 조카 2명)과 10만원(자녀 2명)도 준비하기로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톨게이트 비용, 친척 선물값, 연휴 중 친구들과 술모임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명절 때 ‘하나하나 챙기는’ 용주씨는 이래저래 175만원, ‘줄일 건 줄이는’ 영철씨도 이것저것 110만원이 계산기에 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용주씨, 영철씨 같은 40대 중후반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5646만원. 월 실수령액은 396만원이다. 용주씨의 경우 월급의 44%를 이번 설 연휴 때 쓰는 것. 그나마 설 상여금이 나와서 다행이다. 용주씨는 “설 연휴 40대 직장인 씀씀이 계획이 92만4000원(유진그룹 임직원 조사. 지난해 84만4000원)이라는데, 차례상 차리고 고향이 먼데다, 가족이 많으니 내가 쓰는 액수가 큰 것 같다”고 했다.

가스비와 전기료, 수도요금이 또 오른다. 대중교통 요금도 곧 오른다. 물가에 닥칠 영향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 속, 명절 용돈 인플레이션 시대. 김 과장과 김 부장의 설은 이렇게 지나가지만, 올 추석 씀씀이는 또 어떨까.



김홍준(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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