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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타이밍' 찾는 일본 여행객들…"지금해? 기다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일본행 여객기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월 중순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운 A씨(30)는 매일 같이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하며 환율 정보를 확인하다 지난 18일 오후 급히 50만원을 엔화로 환전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엔화 가치가 돌연 곤두박질쳤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A씨는 “엔화값이 날마다 들쑥날쑥해서 시점을 고민하던 중에 커뮤니티 글을 보고 환전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 여행 전문 네이버 카페 '네일동'에 관련 게시글들이 올라온 모습. 화면 캡처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101만 2700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383만 1900명) 가운데 가장 많았다. 2위인 대만(33만 1100명)의 3배 수준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한국인 45만 6100명이 일본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관광 입국을 재개하면서 가장 가까운 한국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일본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고, 특히 ‘환전 타이밍’을 고민하는 글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엔화 변동 폭이 크게 요동친 데다 ‘깜짝’ 급락세까지 나타나면서 언제 환전해야 최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년새 들쑥날쑥 엔화…‘115→150→128’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달러당 150엔선에 거래되면서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환율은 상승)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전례 없는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단기금리 -0.1%)를 유지하는 일본과의 금리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엔화를 사들이는 ‘스텔스 개입’을 통해 엔화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지난해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허용 폭 상한을 기존의 0.25%에서 0.5%로 높이는 ‘깜짝 발표’를 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10년간 이어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수정한다는 기대감에 엔화는 하루 새 달러당 137엔에서 133엔대로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당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 긴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추가적인 정책 수정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는 계속 상승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교도=연합뉴스
그러다 지난 18일 오후 엔화 가치가 순간적으로 급락하면서 일본 여행 커뮤니티들이 크게 술렁였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일본은행이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엔화는 달러당 128엔대에서 131엔대로 급락했다.

엔 당 원화값도 100엔당 960원대에서 940원대까지 오르자 일본 여행 전문 네이버 카페 ‘네일동’엔 “엔화가 급락했습니다”, “일본 금리동결, 1차 환전들 하세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시장이 진정하면서 엔화 가치는 다시 오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그사이 환전에 성공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나왔다.

이 시점을 놓친 여행객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언제 엔화 가치가 다시 떨어질지 모를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카페 이용자는 19일 게시글을 통해 “(18일) 940엔대를 놓쳤는데, 오늘 환전해야 할지 다음 주에 환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압력”
하지만 당분간 엔화 약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8일에 있었던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장기적으로는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굳이 환전 시기를 늦춰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은행 발표는) 국채 금리 상승 부담을 줄이는 내용인 만큼 엔화 약세가 일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미국 달러 가치의 점진적인 하락과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엔화 강세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는 4월 임기를 마치는 하루히코 총재가 교체된 이후 일본은행이 본격적인 정책 수정에 들어가면 엔화 강세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 수단인)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은 엔화 추가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본은행 통화정책 기조가 오는 4월을 고비로 전환되거나 크게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기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엔화 가치 상승 폭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엔화 약세는 끝물이고,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차기 총재가 구로다 현 총재의 스탠스를 이어받으면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고,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전반적으로 수정한다면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쯤 총재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상현(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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