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결혼' 유독 적은 한국…소득불평등 10% 낮췄다

박용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 허정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조사역은 19일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동질혼 지수는 1.16배로 34개 분석대상국(평균 1.6배) 중 최하위다.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28개국 중 8위로 높은 편이지만,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은 24위로 대폭 낮아졌다. 그만큼 결혼을 통해 소득을 공유하면서 주요국에 비해 가구 단위의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박용민 차장은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큰 이유는 한국의 소득동질혼 경향이 다른 나라보다 약하기 때문”이라며 “즉 소득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하는 ‘제비뽑기 결혼’에 더 가까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탈(脫)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 특성은 한국의 가구소득 불평등 수준을 10% 낮춘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처럼 소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가구소득 불평등 수준은 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국에 비해 정부의 세금 지원 등 재분배정책이 가구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왜 이같은 결혼 양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선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박용민 차장은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소득동질혼이 강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한국도 급격한 출산율 하락으로 남녀 분업의 이점이 줄어들 경우 고소득 남성 배우자를 둔 여성의 취업률이 상승해 가구 소득 불평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 체제를 갖춰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경희(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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