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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

지난 12월 30일 한 한인 교회에서 열린 내 친구의 90세 생일잔치에 참석했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위지만 여전히 눈은 초롱초롱하고, 허리는 꼿꼿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그곳에 온 손님들 가운데는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눈에 띄게 변한 사람도 있었다.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백발이 된 사람, 주름으로 얼굴이 곶감처럼 쪼그라든 사람,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한 사람도 있었다. 시니어는 걸음걸이만 보고도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든 참석자 가운데 생일을 맞은 내 친구가 가장 젊어 보였다. 왜 그럴까. 그는 지금도 한 골짜기에서 큰 채소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온종일 밖에서 땀을 흘리며 상추, 가지, 비듬, 고추, 시금치, 토마토 등을 심고, 물을 주고, 김을 매고, 수확하는 노동을 한다. 생산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자식 농사도 잘 지었다. 아들 셋에 고명딸 하나가 있다. 중,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그의 자손 가운데는 의사와 치과의, 그리고 의대 재학생이 7명이나 된다고 한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돈독한 신앙으로 축복을 누리는 그의 삶을 곱씹으며 집에 와서 저녁 TV 뉴스를 봤다. 유명 여성 뉴스 앵커였던 바버라 월터스의 별세 소식이 나왔다. 그는 여자 뉴스 진행자로는 선구자적인 인물이었다.  카스트로, 샤 왕, 옐친과 푸틴, 장쩌민, 사다, 카다피, 간디 등 세계 정상들은 물론 클린턴 대통령 스캔들의 주인공인 르윈스키도 인터뷰했다. ABC 방송은 월터스의 생애와 경력을 소개하는데 30분 뉴스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월터스는 말년에 심장병과 치매를 앓다가 93세에 타계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85세와 95세 사이에 죽는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나도 내년이 90세이니까 갈 때가 되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내 차례가 왔다. 갈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살 만큼 살았으니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두렵다면 아프거나 치매에 걸리는 것이다. 곱게 늙어야겠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몸을 관리하며 건전한 정신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곱게 늙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것은 희망에 불과하다. 부축받으며 걷고 또는 휠체어를 타게 될지 모른다. 치매에 걸려 아내에게 “당신이 누구요”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나는 운동과 글을 쓰는 것으로 그 날이 오는 것을 늦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푸른 다뉴브 강 왈츠’를 들으며 집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책과 펜을 놓으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윤재현 / 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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